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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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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새벽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내리는 중입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금, 야스라기 메바에는 집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꺾일 기미 하나 보이지 않으매 비는 더위를 감추지 못합니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입니다. 야스라기 메바에가 괜히 강수량에 대해 떠드는 뉴스에 집중하다 보면,
安浦杉 萌生:
기준치:60/30/12
굴림:84
판정결과:실패
쏴아아-
▶:매서운 빗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 비는 언제 즈음 그칠까요?
“8월 하순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이….”
▶:빗소리보다 조금 더 거칠고, 무게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앵커가 무어라 하든, 그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지니까요.
“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
“시간당 100mm로 인천 전역을 시작해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똑-똑
“기습폭우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는 중입니다.”
똑똑.똑똑.
▶:확실하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택배를 시켰던가요? 누가 집에 방문하기로 했던가요?
기억을 더듬어도 방문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야스라기 메바에가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팟-
▶:몇 가지 소리와 함께 가전제품들의 불이 꺼집니다. 정전입니다.
우중충한 하늘 덕에, 잿빛이 슬금 들어온 집안은 낮임에도 어둑하네요.
인터폰마저 지직, 뚝.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네요.
문을 열어줄 건가요? 아님, 조용히 그 누군가를 무시할 건가요?
安浦杉 萌生:(문가로 가, 상대의 신원을 묻는다.)
九条天:(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되묻는다.) ……야스라기 메바에?
▶:다행히도 이름 모를 방문객은 아닌 모양입니다.
꽤 익숙한 목소리… 그래요, 쿠죠 텐인 것 같은데.
비가 힘껏 쏟아지는 창밖을 보면, 어떤 이유에서 연락도 없이 찾아왔을지 쉬이 예상되지 않습니다.
安浦杉 萌生:…쿠죠 씨?(가만 기억을 되짚는다. 그가 제게 찾아올 이유가 있었던가.)무슨 일인가요?
九条天:……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어서. 문, 열어줄래?
安浦杉 萌生:안 괜찮을 이유가 없잖아요, 정전이 뭐 별 일이라고.(그러나 찾아온 사람을 밖에 세워둘 성정은 못 되었으므로.)일단 들어오세요.
▶:여전히 불 하나 켜지지 않은 실내는 어둑하기만 합니다. 문이 열리고, 문 앞에 선 상대를 확인하면…
뚝, 뚝.
▶:흥건히 젖은 바닥이 보입니다. 그리고, 물벼락을 맞은 듯 푹 젖은 옷을 입은 쿠죠 텐도 함께.
빗물이 방울방울 매달린 머리카락, 하염없이 물이 떨어지는 옷, 또….
파리한 인상의 쿠죠 텐.
安浦杉 萌生:
심리학
기준치:70/35/14
굴림:74
판정결과:실패
▶:당신의 착각일까요? 여유를 잃은 그 표정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九条天:괜찮은 거야?
▶:…무엇이?
그리 묻는 쿠죠 텐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고칩니다.
아까처럼 목소리를 떠는 기색도 없고, 그저 태연한 낯으로.
九条天:우산이 없어서, 지나가는 길에 들렀어.
安浦杉 萌生: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우산도 없이 푹 젖어선. 답잖게 물놀이라도 하고 싶으셨던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쩔 셈인가요? 아이돌이라면서요.(그리고 이어지는 잔소리들…)
九条天:일기예보 소식을 못 접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 세상에 일어나기는 하는 것 같더라고. (젖은 옆머리를 손으로 쓸어올린다.)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서 그나마 가까운 곳으로 온 거잖아?
▶:우선은 젖은 쿠죠 텐을 집안으로 들이는 게 좋겠죠.
安浦杉 萌生:……별일이네요.(구태여 더 말을 얹진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마땅찮은 표정.)바로 가게요? 좀 말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九条天:……고마워. 신세 좀 질게. (우선 젖은 몸이었기에, 거실 내부로 들어서지는 않고 한 켠에 마련된 신발장 옆에 가만히 서 있는다.)
▶:네모난 상자 속 뉴스는 여전히 이번 기습폭우를 다루고 있으며, 화장실에서는 뽀송한 수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 부엌 찬장에 고이 모셔둔 티백으로 차가운 쿠죠 텐의 몸을 녹일 수 있겠네요. 쿠죠 텐은 젖은 탓에 그저 우뚝 서 있습니다.
安浦杉 萌生:잠깐 기다려요.(정말… 웅얼거리듯 덧붙이고 등을 돌려 화장실로 간다.)
▶:습기 가득한 눅눅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뽀송한 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다.
수건을 꺼내던 야스라기 메바에,
安浦杉 萌生: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97
판정결과:실패
▶:재차 판정합니다.
安浦杉 萌生: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73
판정결과:보통 성공
▶:가지런히 놓인 칫솔이 눈에 밟힙니다. …원래 저런 색이었던가요?
安浦杉 萌生: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85
판정결과:실패
▶:약간의 위화감이 들지만, 가족이 바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지금 할 일은 쿠죠 텐에게 수건을 전해주는 일이었으니 괜찮겠죠.
安浦杉 萌生:(언니가 바꿨으려나. 이따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수건을 챙겨 돌아간다.)
들어와서 앉아 계세요.(익숙한 손길로 물기를 털어내다, 잠시 멈칫한다.)………직접 하실래요?(머쓱한 낯으로 수건을 건넨다.)
九条天:익숙해 보이네. 이런 일이 자주 있진 않았을 것 같은데. (가급적 들어갈 때 바닥을 적시지 않으려 했는지 옷감을 짠 흔적이 천에 남아있다.) ……. 한 번 시작했으면 중간에 그만두지 마. (계속 하라는 듯 다시 시선을 돌렸다.)
安浦杉 萌生:(네게 잠시 눈길을 주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물기를 마저 털어낸다. 그렇게 머쓱해했던 것치고 꽤나 차분한 낯이다.)언니가 자주 그러고 들어오거든요. 우산을 자꾸 잊어버리곤 해서.(옅은 미소를 띄우곤 다시 손을 움직인다.)쿠죠 씨처럼요.(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기를 싹 지우고 능청스레 덧붙인다.)
九条天:리쿠 같네. 리쿠도 어렸을 때 꼭 비오는 날 물웅덩이에 발을 담그곤 해서 말이야. 몸에 안 좋을 수 있으니 더러운 물에는 그러지 말라고 했었는데…….
▶:세찬 비를 맞은 탓인지 쿠죠 텐의 낯은 평소보다 더 창백합니다. 그 외 평소와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소와 다른 점이….
安浦杉 萌生: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81
판정결과:실패
▶:다시 판정합니다.
安浦杉 萌生: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78
판정결과:실패
▶:찰나, 쿠죠 텐의 목 위로 여린 푸른빛이 반짝거립니다.
잘못 본 걸까요?
安浦杉 萌生:…?(재차 살펴본다.)쿠죠 씨, 방금….
▶:다시 살펴본다면 쿠죠 텐의 목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九条天:방금?
安浦杉 萌生:………아무것도 아니에요.
쏴아아,
▶:비는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어느 정도 물기가 마른 쿠죠 텐은 간간이 멍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질적인 하루입니다.
폭우와 정전, 빗방울과 쿠죠 텐,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여름.
내일은 개학식이니 쿠죠 텐도 일찍 집에 돌아가야겠죠. 폭우에 쿠죠 텐의 가족이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九条天:머리, 말려줘서 고마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눈 앞의 티비에 시선을 둔다.) ……뉴스 보고 있었던 거야?
“기습폭우에 의한 피해가…”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화면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비, 비, 그리고 비. 여름철 장마는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전국을, 그리고 한 주가 비로 가득한 건 이번 여름 중 처음입니다.
安浦杉 萌生:네, 뭐….(그냥 틀어만 놓았던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온통 먹구름, 이내 미묘하게 불퉁한 낯이 되었다.)개학하고 나서도 계속 이러면 곤란한데.(무슨 생각이라도 하는지 잠시 말이 없다. 짧은 침묵이 방 안을 채웠다.)
…그건 그렇고, 차라도 드실래요?(뜬금없는 질문.)
九条天:비가 가끔 오는 건 좋아도, 매일같이 오는 건 사양이니까. (네 투정을 듣고는 작게 웃는다.) ……부탁해도 될까? 조금 따뜻한 걸 마셔야 할 것 같아서. 실례가 많네.
▶:켜둔 티비에서는 계속해서 소리가 새어나옵니다.
“유명 스포츠 선수 A씨의 은퇴 사실에 관한 루머들이…”
安浦杉 萌生: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79
판정결과:실패
▶:그랬던가요? 다음으로 다루는 뉴스 내용은 어디선가 얼핏 들어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야스라기 메바에는 짧은 의문을 멈추고 부엌으로 향합니다.
[부엌]
▶:찬장에는 티백이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어디서 받았던 건지, 직접 산 건지 기억은 흐릿하지만요.
어떤 차들이 있나 확인이라도 해 보는 게 좋겠죠.
安浦杉 萌生:(찬장 문을 연다.)
덜컹,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분명 많이 남아있었는데, 함께 사는 가족이 모두 먹었을까요? 지금 쿠죠 텐에게 줄 수 있는 건 따듯한 물이 전부입니다.
安浦杉 萌生:
기준치:33/16/6
굴림:92
판정결과:실패
▶:자체적 판단으로 성공 처리 합니다.
야스라기 메바에는 구석에 딱 하나 남은 코코아를 발견합니다.
安浦杉 萌生:(텐에게 돌아가 코코아 한 잔을 건넨다.)별로 안 좋아 보이시길래요.
九条天:(코코아 잔을 받아든다.) ……고마워. (양 손으로 온기를 잠시 느끼고는, 향을 맡아 본다.) 인간은 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지만 사실 호르몬에 많이 좌우받는 생명체인 것 같지. 돌아가야 하는데, 언제 돌아가지… 라는 생각만 하고 더 생각하기를 그만둬버리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따뜻한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신다.)
安浦杉 萌生:(제 몫의 코코아 잔을 들고 옆에 앉는다.)요컨대 더 있다 가고 싶다는 이야기군요.(그리곤 한 입 홀짝인다. 물이 약간 적었는지, 저린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원하신다면 조금 더 머무셔도 괜찮은데요.(느릿이 이어나가는, 중얼거리듯 흩어지는 말들…)곧 언니가 돌아오니까, 오래는 못 있겠지만요.
九条天:(마지막에 덧붙이는 말에 실소한다.) 아아, 그래. 곧 돌아가야겠지.
야스라기 메바에.”
▶:당신의 이름이 허공을 둥둥 부유합니다.
나지막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가 보입니다.
쿠죠 텐의 목에 새겨졌던 빛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당신만을 오롯이 담은 그 눈에 푸른 빛이 스칩니다.
동시에, 쿠죠 텐의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무늬가 그려집니다. 마치 별자리처럼…… 지금 야스라기 메바에는 무얼 보고 있는 거죠?
九条天:이번에는 잘 될 거야.
……기억할 수 있지?
安浦杉 萌生: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99
판정결과:실패
▶:야스라기 메바에는 지금 이 상황, 이 공간이 너무나도 고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비가 그쳤던가요? 창밖을 바라보면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비는 허공에 방울방울 ‘멈추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둥근 물방울의 형태를 가지고서.
이해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安浦杉 萌生: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차감 없습니다.
九条天:이번에는 학교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게.
安浦杉 萌生:이게 뭐죠? 쿠죠 씨가 하신 건가요? 어떻게…?
……설명해주세요.
九条天:지금의 너는 이해 못할 테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있는 거야. 뜻밖의 소나기처럼. (그렇게 말한 뒤, 네 양손을 힘주어 잡고는 눈을 감는다.)
▶:피부 위로 새겨진 무늬는 쿠죠 텐을 집어삼킬 듯 반짝이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별자리가 촘촘히 수놓인 쿠죠 텐에게서, 우리에게서 빛이 쏟아집니다.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려요. 허공에 방울방울 매달린 비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쿠죠 텐이 입 모양으로 어떤 말을 전합니다.
하나,
둘,
셋,
깜빡.
“이번 주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열대야 역시 지속적으로…”
▶:창밖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건조한 탓에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야스라기 메바에,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상대는 어디로 갔나요?
집 안에 남은 건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당신뿐입니다.
安浦杉 萌生: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86
판정결과:실패
1d2 굴립니다.
安浦杉 萌生:
rolling 1d2
(
1
)
=
1
▶:이성이 1 감소합니다.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듯, 페이드아웃 없이 한순간에 뒤바뀐 세상.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安浦杉 萌生:……쿠죠 씨?(다급히 주위를 둘러본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쿠죠 텐이 없을 뿐더러, 쿠죠 텐에게서 뚝뚝 떨어지던 물마저 사라졌습니다.
가구들도 젖은 적 없다는 듯 말라 있는 것 같네요.
安浦杉 萌生:(수 차례 눈을 부볐다. 그럼에도 창밖은 여전히 맑다. 같이 마셨던 코코아는 그럼….)
▶:창 밖은 푸른 하늘입니다. 작은 구름 몇 점이 동동 떠 있고, 햇살은 눈이 부시게 쏟아져 내립니다. 먹구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코코아도 온데간데 없네요. 꿈이라도 꾼 걸까요?
安浦杉 萌生:(정말 꿈이라도 꾼 건가? 믿기 힘든 상황에 사고회로가 빠르게 돌아간다. 하나 별 소득은 없었다. 그러다 문득 뉴스에서 며칠내내 비가 올 거라 예보했던 게 생각나, 리모컨을 집어 텔레비전을 틀어본다.)
▶:기상캐스터가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중입니다.
맑음, 맑음, 그리고… 맑음.
장마철인데도 이렇게 맑은 날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분명 전부 비였는데…. 날짜나 시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기억하던 그때 그대로입니다.
安浦杉 萌生:(정말 꿈이었나. 가시지 않는 현실감과 불안감에 텐에게 안부차 연락이라도 해볼까, 휴대전화를 들고 연락처를 내리다 이내 전화를 내려놓는다. 악몽을 꿨다고 연락하다니, 그 야스라기 메바에가. 황당해할 텐의 표정이 눈에 선했으므로.)
▶:정말 연락하지 않나요?
安浦杉 萌生:(…………라고 생각했으나, 역시 걱정이 되어서. 다시금 전화를 집어든다.)
[쿠죠 씨]
[바쁘신가요?]
▶:래빗챗을 읽지를 않네요. 조금 시간이 지나길 기다려봐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어떡할까요, 메바에.
安浦杉 萌生:(미묘하게 뚱한 표정. 한참 고민하다 통화 버튼을 누른다.)쿠죠 씨가 잘못한 거예요.
▶:신호음만 한참 이어지더니, 전화를 받을 수 없어…로 시작하는 기계음이 울립니다.
다시 걸어보나요?
安浦杉 萌生:(여러 번 망설이다 전원을 끈다. 급한 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연락하는 건 너무… 관심 있는 것 같잖아. 그런 얘기는 학교에서 만나서 하면 되니까.)
▶:쿠죠 텐은 연락을 받지도 않으니, 내일 학교에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분명 학교에서 만나자고 말했었죠. 대체 오늘 겪은 일이 무엇인지…. …멍한 정신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창밖은 그늘마저 푸르러 바다를 베어 옮겨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매미 소리, 물감을 풀어둔 푸른 하늘, 건조한 여름. 야스라기 메바에가 꿈이라도 꾼 걸까요?
쏟아지는 햇살에 이처럼 눈이 따가운데도?
폭우도 쿠죠 텐도, 그리고 반짝이던 무늬마저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게 틀림없잖아요?
▶:개학,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가 오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펄럭이는 교복들이 흰나비처럼 이곳저곳 쏘아 다니네요. 어제 일어났던 일들이 생생한 꿈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일을 빼면 이 여름은 평범한 하루와 다를 것 하나 없어, 야스라기 메바에는 배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꿈이었을까요? 걸음은 느릿해집니다. 보통은 횡단보도를 건너, 가로등 두어 개를 지나면 쿠죠 텐이 보이곤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 야, 그거 들었어? 오늘 정상수업이래.
▶:야스라기 메바에의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치는 건,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입니다.
??: 그보다 오늘 날씨 진짜 좋네. 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安浦杉 萌生:…그런가요?(대답은 하나 정신은 다른 데 가있다. 항상 여기쯤에서 마주쳤는데.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걸까.)
▶:쿠죠 텐은 보이지 않습니다.
安浦杉 萌生:저, 혹시 쿠죠 씨한테서 연락은 없었나요? 무슨 일이 있었다거나, 스케줄이 생겼다거나….
??: 쿠죠?
…걔가 누구야? 몰라, 처음 듣는 이름인걸.
혹시 다른 학년이나 다른 반이야?
安浦杉 萌生:…………네?
쿠죠 씨 말이에요, 쿠죠 텐. TRIGGER의….
??: 그렇게 말해도 모른다니까. 정말.
아, 맞다. 동아리 보고서!
▶:걸음을 멈춘 친구는, 뒤를 돌더니 왔던 길 위를 냅다 달리기 시작합니다. 무언갈 두고 온 모양이네요.
安浦杉 萌生:잠ㄲ…… 아.
▶:덩그러니 남겨진 야스라기 메바에의 뺨 위로 푸른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중력을 따라 떨어진 잎은 한가득 여름을 담아 푸르기만 합니다. 그리고….
安浦杉 萌生: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51
판정결과:보통 성공
▶:아까 그 친구는 쿠죠 텐과 친분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모르는 눈치였죠.
의문도 잠시, 교문 앞 횡단보도입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건너기 전, 당신에게 전화 한 통이 도착하네요.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합니다. 화면을 보면 저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번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쩔까요?
安浦杉 萌生:(의아함에 고개를 기울인다. 그러면서도 손은 성실하게 수신 버튼을 누른다.)네, 야스라기입니다.
▶:휴대폰 너머로 옅은 숨소리가 들립니다. 한참을 얘기하지 않은 채, 그저 숨소리만이.
잘못 건 전화일까요?
安浦杉 萌生:……누구시죠?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전화를 건 이는 쿠죠 텐입니다.
불안하고, 여유가 사라진 그 목소리는 볼품없게 느껴져요. 동시에 그가 낯설기도 합니다.
安浦杉 萌生:
정신
기준치:60/30/12
굴림:95
판정결과:실패
▶:3초 정도의 틈을 두고 쿠죠 텐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분명 자주 부르던 이름인데도…. 문득, 아까 쿠죠 텐을 모른 체하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安浦杉 萌生:………씨, 그게 무슨 소리예요?(초조함에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런데 내가 방금 이름을 말했던가.)…쿠죠 씨, 쿠죠 텐.(그리곤 무심결에 내뱉는다. 아연한 낯이다.)
安浦杉 萌生:기억이라뇨, 그게 무슨….(전화를 쥔 손을 연신 꼼지락댄다.)혹시 저번 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쿠죠 씨, 어제 저희 집에 오셨죠.(비 오는 날에요. 웅얼거리듯 덧붙인다. 확신은 없었다.)
▶:보행자용 신호등 불이 초록색으로 바뀝니다. 횡단보도, 그 하얀 선을 따라 걸을 때 즈음 쿠죠 텐이 중얼거립니다.
매미가 우는 소리에 묻혀버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요?
그러나 쿠죠 텐은 장난을 치는 기색이 아닙니다. 휴대폰 너머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습니다.
그리곤 전화를 , 바로 끊어버리네요. 분명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텐데.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 정신이 멍해집니다.
그러나 의문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끼익-!
▶:큰 소리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당신의 눈앞,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하게 멈춘 차 옆으로 한 학생이 넘어져 있습니다. 부딪히진 않았지만, 모두가 웅성거리며 횡단보도 쪽을 쳐다보네요.
安浦杉 萌生: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94
판정결과:실패
▶:재판정 합니다.
安浦杉 萌生: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2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운전자와 학생은 무어라 얘기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차로 시선을 옮기면… 바퀴가 없습니다. 잘못 본 걸까요?
눈을 두어 번 깜빡이자 그제야 바퀴가 보입니다.
소란도 잠시, 지각을 피하고자 모두 다시 학교로 걸음을 옮깁니다. 물론 당신도 그래야겠죠.
오늘 하루의 시작이 묘하고, 또 불안 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한층 한층 계단을 오르다 보면 야스라기 메바에의 반이 보입니다. 오늘따라 파아란 창밖이 무섭게도 아름답습니다.
(같은 반이었던 기억이 난다.)
▶:정신을 고쳐잡고 쿠죠 텐을 찾으면, 당신의 교실 속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쿠죠 텐만이 없는 게 아닙니다. 쿠죠 텐의 책상과 의자까지도 그림을 잘라 떼어놓은 듯 보이지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지나가는 친구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눈치이며, 교탁에 붙은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安浦杉 萌生:(알 수 없는 일들뿐이다. 그게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교탁으로 가 자리표에서 텐의 이름을 찾는다.)
▶:교탁 위에 붙여진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자리 위로 이름과 학번이 적혀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활자를 짚어 살피면….
없습니다.
애초에 없던 학생처럼 쿠죠 텐의 자리도, 이름도, 학번도.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安浦杉 萌生:……그럴 리가 없는데.(애써 태연한 낯을 유지하며 근처의 동급생에게 가 말을 건다.)혹시 쿠죠 씨 못 보셨나요?
▶:친구들에게 다가가니 방학 때 있던 일이나, 다른 학교보다 이른 개학에 대한 불만을 토하고 있습니다. 언제 도착했는지 등교 시간 때 만났던 친구도 보이네요.
???: 처음 듣는 이름인데, 우리 반이야? 그런 애가 우리 학교에 있는 줄도 몰랐어.
??: 아까부터 계속 그 친구 얘기네. 걔가 누군데 그래?
安浦杉 萌生:3인조 그룹 TRIGGER의 쿠죠 텐 말이에요.(동요한 나머지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소리가 터져나온다.)친하셨잖아요, 쿠죠 씨랑.
(잠시 침묵했다 헛기침을 몇 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말을 잇는다.)싸우기라도 한 건가요?
??: 내가 그런 사람이랑 아는 사이였다고? 정말 처음 들어본다니까. 오늘 야스라기, 계속 그 사람만 찾고…….
▶:당신을 놀리는 기색이 아닙니다. 정말, 진지하게 쿠죠 텐의 반 친구들은 당황한 표정을 짓네요.
마치 벽을 두고 얘기하는 기분이라 답답하기만 합니다. …다들 쿠죠 텐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安浦杉 萌生: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90
판정결과:실패
▶:이성이 1 감소합니다.
매미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어댑니다.
하나, 둘, 셋.
당신에게 그리 속삭이던 쿠죠 텐은 어디로 간 건가요?
모두가 한 사람을 잊고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창밖의 푸른 하늘은 작위적으로 맑고, 나무 아래 그림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면, 당신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安浦杉 萌生:(역시 꿈이 아니었던 것 같지. 여즉 기억한다, 그날 추적추적 내리던 비를, 푹 젖어 문을 두드리던 텐을. 하나 하늘은 맑고 텐은 없다. 마치 비와 함께 사라져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해답 없는 질문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열이 오르기라도 한 건지 조금 더운 것도 같았다.)
▶:구름 몇 점이 떠다니는 하늘은 지독하게도 푸릅니다.
安浦杉 萌生: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66
판정결과:보통 성공
▶:바람 하나 불지 않는 날씨라고 해도… 구름은 제자리에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움직이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 있습니다.
연 문으로 더욱 쨍하게 들려오는 매미의 돌림노래는 끝날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安浦杉 萌生: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46
판정결과:보통 성공
▶:마치 녹음본을 틀어둔 듯, 그 소리는 기이하게도 완벽히 반복됩니다. 잠시 멈추는 건 7초에 한 번, 소리가 커지는 것은 일정하게.
띠리링-
▶:힘차게 울리는 수업 종. 재잘거리던 아이들도 자리를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야스라기 메바에,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나요? 모두가 그것이 거짓이라고 속삭여도?
선생님께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시작합니다.
출석 역시 쿠죠 텐의 이름은 건너뛰고 이어지네요. 누군가의 부재는 애초에 없던 것처럼 하루가 흘러갑니다.
선생: 예문에도 나와 있듯이 관계부사를 써야 하므로…
…에서, 그러므로 빈칸에 들어갈 말은.
Where.
▶:몇 아이들이 답합니다. 동시에 선생님께선 당신을 탐탁지 않게 쳐다보네요.
선생: 야스라기가 오늘 영 집중을 못 하는 것 같네. 아까 말한 빈칸의 답, 한번 불러보렴.
▶:모두의 시선이 당신에게 쏠립니다. 흔들림 없는 올곧은 시선을 보자, 절로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安浦杉 萌生: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82
판정결과:실패
▶:그때, 복도 쪽 창가를 익숙한 인영이 스쳐 지나갑니다. 햇살에 눈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분명 쿠죠 텐을 닮은 이입니다.
선생: 야스라기 메바에?
▶:선생님께선 벙긋하는 입으로 무어라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쿠죠 텐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또 가득 채웁니다.
어떡할까요.
安浦杉 萌生:아, 그러니까…….
죄송해요, 몸이 좋지 않아서. …보건실에 다녀와도 될까요?
▶:알겠다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당황한 표정의 친구들을 지나쳐 복도로 향하면, 흔들리는 머리칼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위로, 그리고 다시 위로.
어느 교실에선 시를 읊는 소리가, 어느 교실에선 공식을 정의하는 소리가. 계단을 오르는 이는 당신과 쿠죠 텐뿐입니다.
쿠죠 텐은 뒤 한 번 돌지 않고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네요.
숨이 부족해집니다. 한참을 걷던 다리가 저릿해질 때 즈음, 당신은 활짝 열린 옥상 문을 보게 됩니다. …쿠죠 텐이 이곳에 있을까요?
安浦杉 萌生:쿠죠, 씨, 잠시만요……!(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그를 쫓아 들어간다.)
끼익-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딛자, 철조망 밖 너른 하늘을 보는 이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흩날리는 머리칼은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에서. 바람의 방향은 초 단위로 달라지고, 하늘 위 구름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펄럭이는 교복,
흔들리는 연분홍색 머리카락.
당신의 기척에, 쿠죠 텐은 천천히 뒤를 돕니다. 아, 그 얼굴은 분명….
九条天:…야스라기 메바에?
▶:벚꽃을 닮은 분홍색 머리카락, 한 쪽으로만 내린 언발란스한 옆머리. 당신을 웃도는 키에 단정하게 교복 넥타이까지 맨, 쿠죠 텐입니다.
하지만, 얼굴은 지우개로 문댄 듯 보이지 않습니다.
흐릿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그 얼굴만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安浦杉 萌生:
SAN Roll
기준치:57/28/11
굴림:95
판정결과:실패
▶:이성이 1 감소합니다.
당신에게, 그리고 쿠죠 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블러 처리가 된 듯한 그 얼굴에 몸이 반사적으로 얼어붙습니다.
九条天:이상해.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해. ……. 그럴 리 없는데도.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어려워하는 기색이 가득하다.) 너는 날 알고 있지. 지금 내 얼굴… 보여?
▶:그답지 않게 동요하는 표정. 아니, 저걸 표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흐릿한 얼굴은 여전히 뿌옇기만 합니다.
…눈은 어떤 색이었고, 어떤 모양이었고, 또 어디에 자리 잡고 있던지. 야스라기 메바에마저 그 얼굴을 떠올리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당신이 가진, 쿠죠 텐에 관한 기억들 역시 하나둘씩 지워지는 중이란 것을요.
安浦杉 萌生:쿠죠, 씨…?(당황한 낯으로 반사적으로 기억을 되짚는다. 연분홍빛 머리에 눈은 어떻게 생겼었더라. 그러니까….)
九条天:아아……, 그래. 보이지 않는 거구나. (손을 뻗으려던 모습 그대로 굳어 그를 마주보았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지만, 당신은 분명 그리 느꼈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요동칩니다.
가는 침묵이 흐른 후 쿠죠 텐은 야스라기 메바에를 와락 끌어안습니다. 쿵, 쿵. 엇박자로 뛰는 심장 박동 소리.
九条天: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생각이야. 무대에 다시 못 서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무대를 한 번이라도 봐준 팬들은 나를 기억할 거라고 생각했어. (잠시 숨을 들이쉰다.) 오만이라고 해도, 모두가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스테이지를 바라보며 열띤 마음으로 쿠죠 텐이라고 외친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했으니까. …….
▶:한참이 지난 후에야 쿠죠 텐은 진정한 듯 천천히 당신에게서 떨어집니다.
安浦杉 萌生:(눈이 크게 뜨이고 놀라 숨을 삼켰다. 잠ㄲ… 못다 마친 말이 맞잡으려던 손과 함께 허공을 젓는다.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혀끝에서 수많은 말들이 맴돈다.)그렇지 않아요, 당신의 팬들이 당신을, 쿠죠 텐이라는 아이돌을 잊을 리 없잖아요.(확신 없는 어조. 목소리는 확연히 떨리고 있었다.)왜냐하면 쿠죠 씨, 당신은…….(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왜인지 기억나지 않았으므로.)
九条天:후후. 네가 더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네. (확신 없이 기억의 파편을 읊는 네 행동에 작게 웃는다.) 아마 우린 이 세계에 갇힌 것 같아. 차원의 관문도… 사용할 수 없어.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젠 체념했다는 듯.)
安浦杉 萌生:당연하잖아요, 당신이 그런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니까.(표정을 지운다. 평소의 여상한 낯이다.)이 세계에 갇혔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차원의 관문? 그건 또 뭐고요.(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추궁하는 듯한 어조.)제대로 설명해주세요.
九条天:(평소와 같은 표정이네. 감정을 갈무리하는 모습을 보며 제법 귀엽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하? 잠시만. 아직도 기억이 안 돌아왔잖아. ……우린 원래 세계에서 사이비 신도들에게 쫓기는 중이었어. 도망치던 중에 차원의 관문을 사용했지만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됐고. (몇 번 정도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는지 익숙한 요약이다.)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기 위해서 계속 차원을 넘어… 왔잖아? (기억나지는 않았을까, 괜히 떠보는 어조다.)
安浦杉 萌生:……네?(고개가 절로 기울었다.)진지하게 얘기해주세요, 장난하지 말고요. 중요한 걸 숨기는 건 쿠죠 씨의 안 좋은 버릇이에요.(시선을 맞춘 채 고집스레 두 눈을 깜박인다.)
九条天:기억하지 못하는 쪽이 억울한 거 아니겠어? (혼자 팔짱을 낀다.) 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끔 기억을 잃고 덮어씌워지곤 했는데…….
▶:…우리가? 여전히 쿠죠 텐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영화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동시에, 기이하게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우주를 건너, 먼 은하를 건너, 다른 세계로 함께. 마치 당신이 겪은 일처럼.
핸드아웃, 기억의 파편을 공개합니다.
▶:모든 것을 떠올린 야스라기 메바에,
安浦杉 萌生:
SAN Roll
기준치:56/28/11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모두 우리의 진짜 여름이 아닙니다.
우린 원래 세계를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고,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름인데도 선선했던 어느 세계, 잘못된 위치에 떨어져 바다에 빠졌던 우리, 겨울 별자리가 보이던 또 다른 세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본래 빛나야 할 곳을 찾아서, 다음 세계로.
그렇다면 왜, 이번 평행세계에서 쿠죠 텐은…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쿠죠 텐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九条天:이곳은 확실히 다른 곳들과 달라. 다들 날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이유는 모르지만, 나는 사라지는 중이고. (한숨과도 같은 목소리에 작은 탄식이 어린다.)
……야스라기 메바에, 너 역시 날 잊을지도 몰라.
安浦杉 萌生:아, 그러니까…….(말꼬리가 늘어진다. 왜인지 어지러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잠시만요, 다 기억났으니까 다시 얘기해요.(미간을 짚고)이제 잊을 일은 없을 거예요.(여전히 확신은 없었다. 하나 부러 아닌 척 강하게 말했다.)…아무튼, 그럼 차원의 관문은요?
九条天:찾을 수 없었어. 혹시나 싶어서 도서실에도 가 봤지만…… 이곳은 지금까지 지나온 세계와 다른 것 같아. 어쩌면 나는 이미 그 때, 죽어야 했던 걸지도 모르겠네. 이제서야 다른 사람들이 쿠죠 텐이라는 존재를 잊어가는 걸 보면 말이지.
▶:흐르지 않는 몽글한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면, 우리가 선 곳의 짙은 파랑이 가려집니다.
쿠죠 텐은 천천히 철조망에 기대앉아 당신에게 작은 수첩과 연필을 건넵니다. 당신을 위해 옆자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그 손은, 미약하게 떨리는 그 손은, 쿠죠 텐의 얼굴처럼 흐려지고 형태를 잃고 있습니다.
이건 잊지 않기 위한 기록입니다.
九条天:적어두면 좀 더 기억하기 쉽겠지. 잊어버리지도 않을 거고.
▶:그저 희망 사항일지라도.
九条天:야스라기 씨.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
安浦杉 萌生:물론이죠. 그 땐 쿠죠 씨가 정말… 조금 미웠어요.
九条天:널 오해했지. 첫인상이라는 건 바꾸기 힘든 건데 말이야. 게다가 연예계 선배라는 사람이 면박을 줬으니. 미안하게 생각해. (무릎을 모은 채 네 안색을 살핀다.) 어쩌면 기본적인 정보도 잊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써 둬,
쿠죠 텐. 한자는 그렇게 쓰고……. (힐끔, 수첩을 집은 네 연필 끝을 바라본다.)
키는 프로필상 172cm. 나나세 리쿠라는 쌍둥이 동생이 있고 쿠죠 타카마사의 양자로 입양되었음. 또 뭐가 좋을까.
安浦杉 萌生:농담이에요. 그리고 쿠죠 씨를 오해한 건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비긴 걸로 해 둘까요.(네 반응에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야 씨와 트리거 여러분의 이야기도 적어둘까요. 쿠죠 아야라는 여동생이 있음. 야오토메 가쿠, 츠나시 류노스케와 함께하는 3인조 아이돌 그룹 TRIGGER 소속.
이런 기본적인 것 말고는…… 좋아하는 거라던가. 쿠죠 씨, 도넛 좋아하셨죠. (제법 집중하고 있는지 질문하면서도 눈길은 여전히 수첩을 향해 있었다.)
九条天:……응, 좋아해. (자신에 대해 하나씩 써내려가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끈에 시선이 닿는다.) 너랑 있었던 일도 좀 써둘까. 뭐, 일 얘기가 태반이겠지만.
安浦杉 萌生:…최대한 아닌 걸로 적어볼게요. 그럼 첫 만남부터 시작할까요.(살짝 내려온 옆머리를 쓸어넘기고 다시 연필을 움직인다. 서로를 오해했던 것, 조금 뻗댔던 것. …물론 제 쪽에서.)
또 뭐가 있죠,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셨던 일, 새해에 우연히 만나 함께 오미쿠지를 뽑았던 일, 그리고….(차례차례 있었던 일들을 적어내린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결국엔 너를 잊어버리게 될까. 여기 적힌 글 몇 문단으로 너를 재단하게 될까, 과거 어떤 이들이 네게 그랬던 것처럼. 야스라기 메바에는 그게 지독히도 싫었다. 손이 멈춘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는 그런 실없는 생각에 잠겼다.)
九条天:봄에 함께 벚꽃을 본 일, 아이돌리쉬 세븐과 스케쥴이 겹치는 날에는……. (말소리가 멈추고, 네 움직임도 멈추자 팔을 뻗어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이어서 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힘을 받아내는 연필의 궤적은 조금 삐뚤었지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소속, 좋아하는 것, 메바에와의 일화,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들. 기억해달라는 말과 함께 어느 정도 정보를 적었을 때 즈음, 쿠죠 텐의 목소리마저 뭉툭해져 알아들을 수 없게 됩니다.
쿠죠 텐은 야스라기 메바에의 어깨 위로 툭, 힘없이 머리를 기대네요.
그 무게마저 낯섭니다. 흐릿해지는 기억을 애써 붙잡아도,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九条天:다시 만날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날 잊지 마. ……. 야스라기 메바에, 내 이름을 불러줘.
安浦杉 萌生:잊지 않을 거라니까요,(그리 말하면서도 한 글자 한 글자 짓씹듯 눌러가며 반복해서 네 이름을 부른다. 뇌리에 새기듯이,)쿠죠 씨, 텐, 쿠죠 텐…….(포갠 손을 단단히 맞잡는다. 그 감촉을 기억하려는 듯이.)
▶:계속, 다시. 불안하게 떨리는 그 목소리. 쿠죠 텐은 자신의 이름을 한참 동안 불러달라고 속삭입니다. 무대 위에서 몇 번이고 들었을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당신밖에 없어요.
九条天:……내 마지막 팬이 되어줘.
▶:그 이름 역시 떠올리기 힘들어질 때면, 쿠죠 텐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흰 물감을 군데군데 풀어둔 하늘 아래, 한 사람의 그림자가 서서히 지워집니다. 기대어 느껴지던 무게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쿠죠 텐쿠죠 텐쿠죠 텐….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지금처럼.
하나,
둘,
셋.
깜빡.
▶:여름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습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데자뷔처럼 옥상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아있습니다.
安浦杉 萌生:
SAN Roll
기준치:56/28/11
굴림:67
판정결과:실패
▶:이성치 1 감소합니다.
손에는 힘껏 구겨진 수첩,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역력한 글이 남아있네요.
가장 크게 쿠죠 텐에 대한 정보라고 적혀있으며, 그 아래로는 누군가의 사소한 정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쿠죠 텐쿠죠 텐쿠죠 텐….
절대 잊어선 안 될 이름인데도 왜 이렇게 기억이 흐릿한지.
이젠 여름이 원망스럽게 느껴집니다. 쿠죠 텐 을 되찾고, 이 세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오로지 당신의 힘으로만, 홀로.
▶:한참을 되뇐다고 하여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철조망에 오래 기댄 탓에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네요.
安浦杉 萌生:(혼자 남겨지는 건 익숙했다. 어쩌면 이게 맞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 숨을 들이키고, 익숙하게 주변을 살핀다.)
툭,
▶:메바에가 움직이자 가벼운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작은 쪽지네요.
安浦杉 萌生:(살펴본다.)
安浦杉 萌生: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92
판정결과:실패
▶:재판정 합니다.
安浦杉 萌生:
지능
기준치:70/35/14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언뜻 보면 암호 같기도 하지만, 당신은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도서실 창구번호를 표기한 것 같네요.
띠리링-
▶:…그 사이에 수업 하나를 완전히 빠진 것 같습니다. 잠시 등골이 오싹해지네요. 아니, 생각해보면 이곳은 진짜 세계가 아니므로 상관없는 일이죠. 어쨌든 쉬는 시간입니다.
이름도, 성격도, 함께한 추억도, 그 모든 게 조각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부탁만이 남은.
安浦杉 萌生:
정신
기준치:60/30/12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절대 잊어선 안 됩니다. 그를 오롯이 기억하는 건 당신뿐입니다. 도서실로 향해야 하지 않을까요?
安浦杉 萌生:(도서실로 발을 옮긴다. 걸음은 점차 빨라져 종래에는 반쯤 질주하는 꼴이 되었다. 깔끔히 정리한 머리가 흐트러진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은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속은 이 계절을 완전히 받아내지 못합니다.
그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웃었던가요? 이 평화로운 세계를 떠날 정도로, 그 아이는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구겨진 수첩에는 옅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도서실에 도착하면 종교예술언어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사서 선생님께선 보이지 않네요.
安浦杉 萌生:(홀로 남는 게 두려웠다. 항상 그랬다. 그게 두려워 언니를 이용했고, 사랑이란 명목으로 멋대로 하려 들었다. 그럼에도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제가 사랑했던 건 늘 그랬다. 물리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필연적으로 제 곁을 떠난다. 언니도, …아이돌리쉬 세븐도.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붙잡아놓기라도 하려는 듯 수첩을 세게 잡고, 종교 책장으로 향한다. 기실 의미 없는 행위였으나….)
[종교]
▶: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安浦杉 萌生:
자료조사
기준치:70/35/14
굴림:80
판정결과:실패
자료조사
기준치:70/35/14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다른 책장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安浦杉 萌生:(예술 책장을 확인한다.)
[예술]
▶:6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예술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安浦杉 萌生:
자료조사
기준치:70/35/14
굴림:43
판정결과:보통 성공
▶:다른 책장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安浦杉 萌生:(언어 책장을 확인한다.)
[언어]
▶:7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安浦杉 萌生:
자료조사
기준치:70/35/14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실마리를 찾아 도서실을 살펴보던 중, 메바에는 800번대 문학 책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安浦杉 萌生:(살펴본다.)
▶:쪽지에 적힌 창구 번호, 840.01이12꽃.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 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의 여름을 닮았습니다.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마른 우리의 몇 십 번째 여름. 책에는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安浦杉 萌生:(쪽지를 살핀다.)
그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쿠죠 텐.
외부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거짓된 세계를 부술 수 있는 한 단어.
그러나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거짓된 세계라고 하여도, 한 사람만이 사라진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굳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하나요? 우린 다시 우주 미아가 되고 말 텐데,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야스라기 메바에, 당신에게 쿠죠 텐은 그럴 가치가,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安浦杉 萌生:당신은 항상 그렇게….(표면적으로는 매니저와 라이벌 그룹의 아이돌이라는 비즈니스적인 사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서로를 일정 부분 이해했으며, 끝내는 종착점을 모를 여정마저도 마저도 함께한 나름의 막역한 사이라고. 야스라기 메바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너 또한 그리 생각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너의 선택을 이해한다. 너는, 우리는 항상 그랬으니까. 저 역시 기회가 왔다면 비슷한 행동을 했겠지. 그럼에도 끊임없이 스멀스멀 엉겨붙는 이 이유 모를 감정들은…. 야스라기 메바에는 왜인지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로, 동시에 입에선 답잖은 거친 소리가 터져나온다.)……쿠죠 텐!
▶:당신은 그 이름을 부릅니다. 거짓된 여름을 부숴요. 남을 기억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를. 쿠죠 텐을 오롯이 기억하는 당신의 입으로.
깜빡.
▶:당신이 쿠죠 텐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세계의 소리가 멈춥니다. 맴맴 울던 매미의 소리, 복도에서 재잘재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시간이 멈춘 듯 이곳은 고요해집니다.
기이한 침묵. 충분히 겁먹을 만한 상황인데도, 되레 익숙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安浦杉 萌生: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깜빡이던 형광등이 꺼지고 맙니다. 정전일까요? 아니… 창밖을 봐요, 메바에.
安浦杉 萌生:(돌아본다.)
▶:창밖으론 하늘, 땅이랄 것도 없이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새까만 밤과 반짝이는 은하수, 촘촘히 박힌 별들. 건물도 도로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짙고, 또 짙은 밤하늘이 전부입니다.
安浦杉 萌生: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당신은 깨닫게 됩니다. 이 거짓된 세계가 부서지고 있다는 것을요. 모두가 사라지고, 오로지 당신만이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九条天:야스라기 메바에!
▶:운동장이었던 그 너른 공간 한가운데, 우주 위로 쿠죠 텐이 동동 떠 있습니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의, 중력을 무시한 채 흩날리는 쿠죠 텐의 머리카락. 마치 그림의 한 폭 같습니다. 물론 감상이 이어지기도 전, 그는 당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네요.
安浦杉 萌生:
듣기
기준치:60/30/12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쿠죠 텐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장 밖으로 나와. 학교가 무너지고 있어!
쿠궁,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별가루들이 흩날립니다. 어라? 그러나 당황하던 것도 찰나. 정신을 차리면 100번, 600번, 800번. 책장들이 모두 별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어요. 심지어… 도서실 전체가, 학교 전체가.
당연하죠, 이 세계를 부수는 단어는 당신이 읊었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잔해 속에 깔리는 건 아닌지….
다행히도 창문이 보이네요. 아니, 이게 다행인가요? 지금이 당신이 있는 층은 1, 2, 3… 떠올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어요.
내가 받아줄 테니까, 뛰어내려!
▶:부서지는 학교, 창문 아래의 쿠죠 텐이 소리칩니다.
말이 쉽지….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요. 시간이 없습니다.
창틀을 딛고, 유일하게 부서지는 세계 속 당신을 바라보는 이에게 뛰어내려요, 야스라기 메바에. 응원하듯 거센 바람이 당신의 등 뒤에서부터 불어옵니다.
安浦杉 萌生:하? 지금 말이 되는 소리를….(아연한 표정이다. 받을 수는 있고요?)
믿을게요, 진짜 마지막이니까요……!(그럼에도 야스라기 메바에는 눈을 꾹 감는다. 그리고, 도약한다.)
▶:창턱을 밟고 아래로, 다시 아래로. 별가루가 흩어지매 까만 우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어질 추락에 눈을 질끈 감아도, 당신은 아주 천천히. 중력을 무시하고 아주 천천히. 바람 따라 나는 민들레 씨처럼 느릿하게 떨어집니다.
앩
와락, 그런 당신을 쿠죠 텐은 쉽게 그러안아 잡습니다. 수채로 뭉뚱그려 그린 듯 여전히 흐릿하지만, 그 얼굴의 이목구비는 가장자리부터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요.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물에 빠진 것도 같습니다.
九条天:야스라기 씨. 안길 상대가 누군지는 알고 뛰어내린 거야? (이름을 이야기하라는 듯, 넌지시 묻는다.)
安浦杉 萌生:……쿠죠 텐.(네 얼굴이 점점 선명해지는 것을 가만 바라보다  급작스레 표정을 굳힌다.)말해두겠지만 저 지금 화났으니까요.
▶:메바에가 답을 하자, 쿠죠 텐의 얼굴이 되돌아옵니다.
九条天:어느 부분에서 화가 났는지 모르겠네. 지금 인상, 첫인상만큼이나 나빠? 누구 씨가 말했던 것 같은데. 조금…… 뭐라고 했더라.
安浦杉 萌生:네, 짜증나요.(즉답. 불퉁한 낯이다.)그런 점이 엄청.(네 두 볼을 잡아 힘껏 늘린다.)그런 짓을 했으면서 사과는커녕 뻔뻔한 표정이나 하고 있고!
九条天:와악, 잠시……. 아이돌의 얼굴이라고? 으윽……. (아픈지 인상을 찌푸린다.)
▶:야스라기 메바에가 답을 하자, 반짝. 둘의 팔에 새겨진 주문진에 빛이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모든 별가루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멈춥니다.
安浦杉 萌生:아프라고 한 거예요. 말 잘 하셨네요, 아이돌이라면서요? 팬들한테 잊혀지기 싫다면서요! 이제 쿠죠 씨 같은 사람은 절대 안 믿을 겁니다.
……아?(돌연 빛이 들어온 팔을 바라본다.)
九条天:그것 참 곤란하게 됐네. (잔소리를 쏟아내는 네 양 손을 잡는다.) 아이돌리쉬 세븐의 옆으로, 돌아갈 거지?
安浦杉 萌生:사람이 말하면 좀 들으세요!(……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작게 중얼대곤 한숨을 내쉬며 네 손을 맞잡는다.)당연하죠, 거기가 제 있을 자리니까요.
九条天:(잔소리 정도는 못 들은 척 한다.)
▶:피부 위로 새겨진 별자리와 같은 무늬가,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둘의 팔을 타고 이어져 반짝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푸른빛이 스칩니다.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립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일이었잖아요?
九条天:도서관 창문 너머로 널 보고 느꼈어. 너는 진실에 대해 한 번 알아버린 이상, 모르는 척 지나칠 수 없는 성격이라고.
▶:부서져 가는 세계, 거짓된 세계, 꾸며진 여름. 우린 그것들을 두고 차원의 관문을 넘을 거예요. 어쩌면 다시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가 환히 웃습니다.
마주 잡은 손이 웅웅, 진동하며 가볍게 떨립니다. 이번에는 어쩐지 감이 좋아요.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수없이 반복한, 수없이 넘은 이 여름을.
九条天:다음 세계에서도, 서로를 기억하자.
▶:이젠 모두 훌훌 털어버릴 차례입니다.
강한 빛이 주문진에서 쏟아집니다.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우주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보며, 지금처럼.
하나,
둘,
셋.
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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