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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유난히 화창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분다는 소소한 점을 제외하면 어제와 다를 것 하나 없는 날입니다. 오늘도 야스라기 메바에는 평소처럼 등교했습니다.
그런데 교실로 들어서니 뭔가 이상한 게 보입니다.
원래 자리배정상 야스라기 메바에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는데, 난데없이 책상 하나가 생긴 게 아닌가요? 게다가 누군가 앉아 있습니다.
安浦杉萌生:(크게 신경쓰진 않는다. 전학이라도 온 건가.)
▶:이때 갑자기 여러 일이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위쪽 창문이 야스라기 메바에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반 친구들이 비명을 지르고, 우당탕 소리가 들립니다.
그 순간 누군가 야스라기 메바에를 잡아채 뒤로 확 끌어당겼습니다.
安浦杉萌生:
기준치: | 60/30/12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144번째는 안 돼. 야스라기 메바에.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유독 그 목소리만이 아주 명징하게 메바에에게 들렸습니다.
정신을 차리자 바로 조금 전까지 야스라기 메바에가 서 있던 자리에 떨어진 유리창이 완전히 박살나 있었습니다. 놀란 반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야스라기 메바에를 잡아챈 사람의 명찰에는 < 九条天 >이라고 적혀 있네요. 난생 처음 보는 얼굴. 그러나 그는 야스라기 메바에를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짓습니다. 몹시도 부시도록…….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메바에는 아찔한 두통,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저림을 겪었습니다. 차라리 눈을 감고만 싶어질 만큼 가슴을 할퀴고 가는 그리움. 찬란해서 아픈 순간입니다. 머리가 아찔합니다!
安浦杉萌生:
기준치: | 60/30/1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이성치
1
감소합니다.▶:혼란스러운 와중 조례와 수업들이 차례차례 지나갑니다. 도통 누구인지 모르겠는 옆자리 학생은 아주 태연하게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누구도 쿠죠 텐의 존재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의아하네요.
이제 쉬는 시간입니다. 쿠죠 텐에게 말이라도 걸어 보는 게 좋겠습니다. 대체 이 사람은 누굴까요?
安浦杉萌生:…저기, 아까는 감사했습니다.(조심스레 다가간다. 이어 전학생이신가요? 괜찮으시다면 답례로 학교를 안내해드리고 싶은데요. 따위의 말들이 덧붙는다.)
九条天:(네 목소리에 느긋하게 고개 돌려 바라보다 김 샌다는 듯 말 뱉었다.) 하? 무슨 얼빠진 소리야. 그런 장난은 재미 없거든. (자리에서 일어나 눈 가늘게 뜨며 널 살펴본다.) ……혹시 방금 전 일로 가벼운 기억 상실 같은 게 있었을 리는 없고.
安浦杉萌生:죄송하지만 이런 걸로 사람 놀리는 취미는 없네요.(그리고 그런 걸로 기억상실이 올 리도 없잖아요? 짧게 덧붙이곤 안 그래도 사나운 눈매가 배로 삐죽해졌다.)전학생, 그게 아니라면 몰래카메라인가요?(순순히 자백하라는 듯 고집스런 낯을 해보인다.)
九条天:기억상실. 왔네, 지금 너는. (고개 모로 기울여 예의 어이 없다는 눈빛 취한다.) 대체……. 쉬는 시간 짧으니 이런 연기에 어울려 줄 여유 없어. 화장실 갔다 올게. (네 말에 고개 저어 보이곤 스쳐서는 반을 나가버린다.)
▶:별다른 소득 없이 대화가 끝나고, 쿠죠 텐은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비웁니다. 차라리 본인보단 주변 친구들에게 질문을 해 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침 근처에 모여 잡담 중인 반 친구 … 이즈미 이오리와 요츠바 타마키 … 가 보입니다.
친구들에게 쿠죠 텐이 누구인지 질문해 봅시다.
安浦杉萌生:저기, 이즈미 씨, 요츠바 씨. 잠시 물어볼 게 있는데요.(오늘 온 전학생에 대해서요.)
이즈미 이오리: 네? 야스라기 씨.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오늘 온 전학생은 없는데요.
요츠바 타마키: 에, 혹시 꿈이라도 꾼 거 아냐? 그 전학생~ 이오링 닮지 않았어?
이즈미 이오리: 요츠바 씨!
▶:전학생이 아닌가 봅니다. 그럼 누구일까요? 둘에게 물어보면 모르진 않겠죠. 그, 명찰의 이름. 天이 선명했습니다.
安浦杉萌生:(아연한 낯. 머리가 빠르게 굴러간다. …그럼, 다른 반 학생인가?)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저희 학년에 쿠죠 텐이라는 학생이 있지 않았던가요?
요츠바 타마키: 있다마다가 아니라 메-쨩 10년지기지 않아?! 나, 텐텐이었으면 이 말 듣고 울었을지도.
이즈미 이오리: 역시 방금 전 유리 깨진 일에 충격이 컸던 걸까요.
요츠바 타마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다 같이 나왔다며. 지, 진짜 기억상실증인 거야. 메~쨩?!
이즈미 이오리: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잖아요?
安浦杉萌生:……그럴 리 없어요.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요.(진짜? 내가 기억상실? 애써 부정해본다.)저기, 설마 이거 몰래카메라는 아니죠?
이즈미 이오리: 상황이 심각한데요. ……진짜 기억이 없는 건가요. 야스라기 씨가 이렇게까지 열연할 사람은 아니잖아요.
요츠바 타마키: 아니, 밥도 맨날 같이 먹구. 같이 늘 데이트 다니구, 수학여행 때도 옆자리 앉아서 붙어다니구, 그러면서 갑자기 하루아침에 텐텐 잊을 수도 있는 거야?
나, 이오링과 메-쨩, 그리고 텐텐도 잊지 않도록 힘낼게! 비록 메-쨩이 기억상실증이어도-!
이즈미 이오리: 요츠바 씨! 주변에서 듣겠어요. 야스라기 씨가 기억상실증이란 게 일파만파 퍼지지 않습니까. 쿠죠 씨는 알고 있어요? 당신 상태 이런 거?
安浦杉萌生:누가 그런 사람이랑 데이트를 했다는 거예요!(가볍게 책상 내려친다. 그러면서도 여즉 혼란한 낯.저 둘이 질 나쁜 장난에 진심으로 협력할 성격은 아니라 생각했으므로…)아까 잠깐 얘길 나누긴 했어요. 완전히 바보 취급 당했지만요.(아니, 바보라기보다는 기억상실 취급에 더 가까웠긴 했죠. 그리고 잠깐의 침묵.)……저, 정말 기억상실 같아 보이나요?
이즈미 이오리: 확실히 지금 당신 모습은 바보같아 보이긴 합니다만……. 오히려 바보가 되는 것보단 기억상실증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지도요. 바보는 요츠바 씨로 충분하다고요.
요츠바 타마키: 이~오~링~!
▶:모두 야스라기 메바에가 굉장히 이상한 질문을 한다는 듯 의아한 반응을 보입니다. 당황스럽네요.
여러 가지 질문을 해 보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쿠죠 텐과 야스라기 메바에 두 사람이 대단히 절친한 친구였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
▶:쉬는 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야스라기 메바에는 의문 속에서 남은 수업을 듣습니다.
빠르게 하루가 지나고 어느덧 하교할 시간, 쿠죠 텐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메바에에게 다가옵니다.
九条天:야스라기 메바에. 집에 가자.
▶:절친한 사이라더니 등하교도 같이 하는 걸까요? 메바에는 여전히 쿠죠 텐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는데요……. 그런데도 어쩐지 그의 말을 들어 주고 싶다는 기분이 듭니다.
安浦杉萌生:……윽.(슬금 눈을 피한다.)
九条天:뭐야. 아까 전 일이 떠올라서 쪽팔리기라도 해?
安浦杉萌生:그럴 리 없잖아요?!(벌떡 일어난다. 아직 당신이 누군지 전혀 모르겠고, 전혀! 호감이 가지도 않지만… 아무래도 들어보니 꽤 가까운 사이였던 것 같고, 기억을 잃었다면 찾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 이어 쓸데없는 상념들이 덧붙는다.) 그게, 그러니까…….
……가자고요.(터무니없는 결론이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학교를 나섰습니다.
▶:아침부터 맑았던 날씨는 여전합니다. 하늘은 아주 푸르고, 공기 중에선 바삭바삭한 햇볕 냄새가 납니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같은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저마다 기분 좋게 웃습니다. 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나쁜 사건 같은 건 도무지 벌어지기 어려운 일로만 느껴집니다.
곁에서 걷는 쿠죠 텐은 희미한 미소를 건 채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묘하게 감상적인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
九条天:오늘, 너. 정말 이상했어. (전의 헤프닝 떠올리는지 그녀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그래도 여전히 토끼라거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야스라기 메바에겠지만.
安浦杉萌生:뭐어, 그렇죠.(잠시간의 고민, 적당한 납득. 이어 흘금 옆을 바라본다.)쿠죠 씨도 좋아하시나요, 고양이.
九条天:너랑 여태 돌본 고양이가 몇 마리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직 그 기억상실증이니 뭐니 유지할 생각이면 그만두지 그래. (휴대전화를 켜 고양이 사진들을 보여줘야 하나, 잠시 주머니 만지작거리다 말았다.) 오히려 그렇게 물어볼 거라면, ……무대겠지. 야스라기 메바에. 넌 여전히 대중의 앞에서 이뤄지는 무대예술이 좋아?
安浦杉萌生:컨셉이 아니라….(그러나 이내 한숨이나 내쉬고 말았다.)네.(그 대답에 망설임은 없다.)무대예술, 그리고 연출가는 과보호하는 동생이나 마찬가지죠. 적절한 발상, 각색, 섭외… 그걸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무대의 일정 부분에 관여하는 게 제겐 기쁨이에요.(말마따나 저는 과보호가 심하니까요. 쿠죠 텐이 누군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어쩐지 그라면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쿠죠 텐이 제 생각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어떠신가요, 쿠죠 씨는?
九条天:과보호는 연장자가 해야 되는 거 아냐? 동생이라면 어리광도 좀 피우고,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 (눈 흘기다 다시 걸으며 정면 향한다.) 당연히 나이와 지위에 국한할 건 아니야. 하나의 즐거운 쇼를 만들고, 그걸 본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만족스럽겠지. 그저 생업으로 그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슴 뛰는 일을 경험하고 목표로 삼은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그보다, 야스라기 씨의 옷장 안. 아직도 재미없는 무채색들로 가득한 건 아니겠지.
安浦杉萌生:못미덥게 구는 연장자가 나쁜 거예요.(따라 눈 흘기나 마냥 날카롭지만은 않은 투다.)뭐, 됐어요.(희미한 웃음. 그러나 황당한 말이 이어지자 홱 고갤 돌려 다시금 째린다.)그건 그렇고, 제 옷장 안은 어떻게 보신 건가요? ……불건전해요.
九条天:아. 그러셔. …무슨 소리야?! 야스라기 씨가 입을 옷이 없다며 고민해서 같이 본 거잖아. 도와준 거에 감사할 줄은 모르고 변태 취급이라. 여동생도 있는 남자거든. 어차피 흰색, 회색, 검정색밖에 없어서 별 감상도 안 떠올랐는데 불건전할 새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허나 그리 말한 낯 붉다….)
▶:쿠죠 텐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고 있는 걸까요? 정말 야스라기 메바에 자신이 잊었을 뿐 두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해 온 절친한 친구일까요?
여러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메바에의 집 앞입니다. 쿠죠 텐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춥니다. 이곳이 당신의 집 근처라는 사실도 아는 모양입니다.
九条天:잘 들어가, 야스라기 메바에.
安浦杉萌生:(의아한 듯 잠깐 고갤 기울였으나…)아, ……쿠죠 씨도요.
九条天: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모를 거야.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조금 떨린 것도 같았습니다. 가늘게 동요하는 양손이 꽉 맞잡혀 있었습니다. 웃으려 애쓰는 듯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자연스레 추측하게 됩니다.
사실 주의 깊게 살펴 보면 그다지 표정이 바뀐 것 같지도 않은데요. 야스라기 메바에, 자신은 왜 처음 만난 것만 같은 쿠죠 텐의 변화에 이렇게 익숙한 거죠?
그 말을 들은 순간 야스라기 메바에는 쿠죠 텐을 처음 만난 순간처럼 아찔한 통증을 느낍니다. 참을 수 없어 눈을 감으니, 눈꺼풀 안에서 빛이 부풀어 터지는 듯한 잔상이 아프도록 거세게 동공을 핥습니다.
비틀거리면서, 야스라기 메바에는 자신의 기억에 없던 어떤 장면을 스치듯 떠올립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까이 있는 일. 다른 사람에게 설레본 적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누군가를 설레게 만드는 건 어렵잖아?
경험 부족이라 죄송하게 됐네요. 하지만 상대라면 해 드릴 수 있어요. 오히려 제 쪽이 더 적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야스라기 씨의 처음은 나한테 준다는 의미려나. 중요하잖아. 첫 경험. 한 번 반하면 그 때의 감각을 잊지 못해서 계속 찾게 될 걸.
安浦杉萌生:
기준치: | 60/30/12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차감 없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려 보니 야스라기 메바에는 이미 집 안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분명 잠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오늘은 내내 혼란스럽기만 한 하루입니다.
그날 밤, 야스라기 메바에는 꿈을 꾸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형상이 어릿하고 시점조차 흐려 어떤 내용인지 쉽게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쿠죠 텐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꿈을 꾸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가, 때론 환희에 찼다가, 또 어떤 순간에는 비통한 전율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공기로 자은 실처럼 연약한 슬픔이 거기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야스라기 메바에는 몹시도 뒤숭숭한 상태로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재난에 매몰된 듯한 기분이 야스라기 메바에를 훑고 지나갔습니다.
安浦杉萌生:
기준치: | 60/30/1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희미한 기억 중 잔재 하나를 건져 올렸습니다. 아주 괴로워 보이는 쿠죠 텐이 지친 결의를 띠며 말합니다.
다음이 마지막일 거야. 곧 그 해니까. 그때도 반드시 너를 찾아낼게, 이번보다 빨리……. 그러니 안심하고, …이제 쉬어.
▶:그리고 그런 날이 열흘 정도 계속되었습니다.
2주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야스라기 메바에는 이상한 꿈에 시달리면서도 의도치 않게 계속해서 쿠죠 텐과 붙어 다녔습니다. 당연하게 두 사람을 절친이라고 여기는 주변 친구들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렸을 수도 있고, 자신이 이상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티내기 싫었을지도 모르고, 어쩐지 내내 달라붙는 쿠죠 텐을 메바에가 거절하지 못해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함께 다니는 내내 메바에가 쿠죠 텐에게 기묘한 끌림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이렇게 쉽게 마음이 기우는 사람이었나 생각해 보아도 감은 잘 오지 않습니다. 정말 어떤 사고라도 겪는 바람에, 본래 가까운 사이였던 쿠죠 텐을 당신이 잊어버리기라도 한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윽고 찾아온 주말 아침, 쿠죠 텐에게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습니다.
▶:어쩔까요, 메바에.
安浦杉萌生:뭐… 안 될 건 없지만요.
▶:야스라기 메바에는 쿠죠 텐의 제안을 따르기로 합니다.
나갈 준비를 하면서 막간 행운/민첩 판정을 시도합니다. 첫 번째는 헤어, 두 번째는 메이크업, 세 번째는 갑작스럽게 잃어버린 물건 찾기, 네 번째는 의상으로 하겠습니다. 해당 차례에 원하는 판정을 바로바로 굴려 주세요.
安浦杉萌生:
기준치: | 60/30/12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아, 고데기가 어쩐지 마음에 안 듭니다.
安浦杉萌生:
기준치: | 60/30/12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미치겠네요. 번졌습니다. 화장 솜은 어디갔지?
安浦杉萌生:
기준치: | 60/30/12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찾았다! 화장을 새로 고쳤습니다.
安浦杉萌生:
기준치: | 60/30/12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마음에 쏙 드는 옷도 찾았습니다. 이거라면 그 쿠죠 텐이 속 긁는 얘긴 안 하겠죠.
약속 장소는 번화가 지하철역 앞.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자 쿠죠 텐은 미리 나와 있었는지 다가오는 야스라기 메바에에게 인사합니다.
九条天:야스라기 씨, 이쪽.
安浦杉萌生:아, 쿠죠 씨. (뜨음…) 갑자기 무슨 일이신가요?
九条天:그냥 그럴 기분. 원래 휴일엔 나와야 되는 법이잖아? 내가 아는 누구 씨는 어디 같이 나갈 사람도 없을 것 같길래.
▶:거리를 둘러보니 눈에 들어오는 장소가 몇 군데 있습니다.
서점
, 노천 카페
, 길거리
입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휴일을 만끽하도록 합시다.安浦杉萌生:아예 없진 않거든요.(간극… 한참 말이 없다.)……언니라던가.(무안했는지 성큼 앞장서 서점으로 향한다.)
九条天:(역시나, 없잖아…… 라는 표정으로 뒤따른다.)
서점
▶:음반이나 문구까지 취급하는 대형 서점입니다. 베스트 셀러 코너, 신간 코너 등에 다양한 서적이 있네요. 가볍게 한 바퀴 둘러봅시다. 근처에 있는 코너에는
소설 서가
, 역사 서가
, 수험 문제집 서가 등이 보입니다.安浦杉萌生:(수험 문제집 서가에 들러 적당히 제목만 훑고, 소설 서가로 향한다.)
▶:수험서를 보면 머리가 아찔합니다. 곧 시험기간인가? 굳이 수험 문제집 코너를 들렀던 메바에,
安浦杉萌生:
기준치: | 60/30/12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역시 만전입니다. 이번 시험도 잘 칠 것 같아요.
소설 서가 / 추리 특별전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유명작 <어쩌면 그 곰돌이 팬케이크도 사실은>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기세로 팔려 나간다더니 그 인기가 사실인가봐요.
九条天:읽어 봤어? (주변 인파 구경하듯 둘러보다 옆에 선다.)
安浦杉萌生:아뇨, 아직이요.(책 가볍게 들었다 놓는다.)쿠죠 씨는요?
九条天:나도. 왜 베스트셀러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저런 걸 좋아하나.
▶:역사 서가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安浦杉萌生:이즈미 씨라면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귀여운 거 좋아하잖아요, 그 사람. 짧게 덧붙이곤 역사 서가로 향한다.)
역사 서가
▶:동아시아의 나라 한국의 역사서 특별 코너가 마련되었습니다.
安浦杉萌生:
기준치: | 70/35/14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安浦杉萌生:
기준치: | 75/37/15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安浦杉萌生:
기준치: | 75/37/15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메바에는 특별 코너 뒤쪽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책장
하나를 발견합니다.安浦杉萌生:(다가간다.)
▶:다가가니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지 약간 그늘져 먼지가 쌓인 책이 있습니다.
◆ 세계야담집◆
▶:세계 각지의 각종 야사, 구전 등을 모은 책입니다. 총 열두 챕터가 있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챕터는 2챕터입니다.
챕터 제목이 의미심장하네요. <분홍색 눈의 남자>. 그러고 보면 쿠죠 텐도 분홍 눈을 가진 남성이 아니었던가요? 대단한 우연은 아니겠지만 괜스레 관심이 갑니다. 마침 쿠죠 텐은 근처에서 다른 서가를 구경하고 있는 것 같네요. 책을 펼쳐 봅시다.
安浦杉萌生:(흘긋 넘겨다보곤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핸드아웃 전달했습니다.
인류학
, 고고학
, 역사학
기능이 있다면 판정이 가능합니다.각종 묘사를 종합해 보면 이 인물은 매혹적인 벚꽃을 닮은 머리에 밝은 색 피부결, 짙은 분홍빛 눈동자, 매서운 인상을 지닌 키 170cm 정도의 남성으로, 여러 언어와 의료 지식에 통달했다고 합니다. 대체 이 남성은 누구일까요? 세계 역사 곳곳에 흩뿌려진 이 언급들이 정말로 동일인을 가리킨 것일까요? 그렇다면, 어쩌면 이 인물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혹 지금도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요?
安浦杉萌生:
기준치: | 45/22/9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다음 장의 삽화를 주목하게 되는데, 기록을 토대로 삽화에 그려진 남성의 옷차림이 당시의 유행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남성의 옷차림 쪽이 100여년 정도 뒤쳐져 있네요.
九条天:(여전히 주변 두리번거리다 그녀를 발견하고는 곁으로 간다.) 구경은 끝났어? 사람도 많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슬슬 다른 곳으로 갈까.
安浦杉萌生:(의뭉스런 눈빛으로 네게 잠깐 시선을 두었다, 이내 책을 덮고 다시 제자리에 꽂아둔다.)좋아요, 그럼 잠깐 카페라도 들를까요.
◆ 노천 카페
▶:테이블이 모두 야외에 설치된 간이 카페입니다. 도심 한복판이지만 인테리어를 앤티크 풍으로 잘 해두어 운치가 있네요. 잠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취향의 음료를 편하게 주문해도 될 것 같아요.
安浦杉萌生:에스프레소에 샷 추가해서.(흘금 바라본다.)쿠죠 씨는요?
▶:카페 라떼 하나. 자리 잡고 있어줄래? 받아서 갈게.
九条天:카페 라떼 하나. 자리 잡고 있어줄래? 받아서 갈게.
安浦杉萌生:(자리에 앉아 책 내용을 떠올려보다 이내 그만둔다. 허황된 이야기에 과하게 몰입하는 건 취미에 안 맞았으므로.)
九条天:(음료 주문하고는 받았는지 인상 찌푸리며 네가 앉은 곳 찾다가 이내 발견하고는 곧장 다가온다. 주문한 에스프레소 네 앞에 두고 자신도 맞은편에 앉았다.)
安浦杉萌生:
기준치: | 56/28/11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어딘가 미묘한 맛이 납니다….
九条天:
기준치: | 60/30/12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安浦杉萌生:(찌풀…)
九条天:왜?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제 몫의 커피 마신다.)
安浦杉萌生:그런가요? 제 입맛엔 좀 쓴 것 같아서.(당연하다.)
九条天:음, 그럼 적당히 마시고 일어설까.
▶:다시 걸음을 옮기던 그때, 쿠죠 텐이 갑자기 메바에의 손목을 잡아챘습니다.
쿠죠 텐은 몇 발짝 뒷걸음질을 치며 야스라기 메바에를 잡아끄는가 싶더니 자리에 멈춰 섭니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는 시선은 어딘가 단단히 고정되었고, 침착을 유지하려 애쓰는 표정 너머로 공포가 어려 있었습니다.
야스라기 메바에는 자연스럽게 쿠죠 텐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려 봅니다.
아니, 저게 뭐죠?
쿠죠 텐의 뒤쪽 방향, 한 블록 너머 거리 구석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화재라도 발생한 걸까요?
다시 야스라기 메바에를 향해 몸을 돌린 쿠죠 텐은 코너에 몰린 듯한 태도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러는 동안 피어오르던 연기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어떤 형체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이글거리는 눈, 박동하는 푸른 피부를 가진 이계의 공포.
불쾌한 역관절, 미끈거리는 표면,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지나치게 선명한, 뒤틀려 굽은 등뼈…….
원시적인 공포가 전신을 훑고 말초를 통과해 흘러나갑니다. 기괴하게 번쩍이는 안광이 무엇인지, 누구의 것인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야 들리기 시작한 숨소리는 당신이 전혀 겪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기능하는지 되삼키고 뱉는 기척이 메스껍기 그지없습니다.
도저히 지구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생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외형입니다. 저 끔찍한 것을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걸까요? 연기는 계속해서 뭉치며 머리부터 몸통, 징그러운 꼬리까지 하나의 외형을 다듬습니다. 역겨울 정도로 괴롭습니다!
安浦杉萌生:
기준치: | 59/29/11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1d5
만큼 이성 차감합니다.安浦杉萌生:=
rolling 1d5
()
3
3
▶:야스라기 메바에는 비틀거립니다. 저 생물이 지금 쿠죠 텐을 또렷하게 겨냥하고 다가오고 있는 것이 맞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쿠죠 텐이 야스라기 메바에의 양 뺨을 감싸쥡니다.
충격에 빠진 야스라기 메바에의 시선을 자신 쪽으로 돌려 놓더니, 어…….
쿠죠 텐이, 야스라기 메바에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흔히들 키스를 하면 귓가에 종이 울린다거나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들 하지만, 포옹은 그냥 포옹이고 입맞춤은 그저 입맞춤입니다. 여전히 세상은 바쁘게 흐르고 설령 두 사람에게 행인들의 눈길이 머무른다 한들 잠시일 뿐입니다.
그러나… 쿠죠 텐이 야스라기 메바에를 껴안은 채 입술을 맞물린 동안, 금방이라도 이곳으로 튀어오를 듯했던 저 역겨운 생물들은 주변을 마구 두리번거리다 도로 연기로 녹아 사라졌습니다.
▶:어째서?
또렷한 시선이 마주칩니다. 분명 쿠죠 텐은 울지도 웃지도 않지만, 둥글게 솟은 뺨에 고였다 흘러 떨어지는 눈물 같은 회한을 야스라기 메바에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키스에 응할지, 밀쳐 떨어트릴지는 온전히 야스라기 메바에의 몫입니다.
安浦杉萌生:읏, 쿠죠 씨… 이, 이건.(그럼에도 밀쳐내지 못한다. 야스라기 메바에는 그런 사람이었으므로.)
九条天:(벌린 입술 사이로 자연히 더운 한숨 샌다. 밀지 않는 것에 눈 감아도 좋다는 듯이 한쪽 손바닥으로 네 눈 위를 가볍게 덮고, 혀 밀어 넣어 호흡을 얽었다. 힘주어 혓바닥 표면을 진득하니 쓸었다가, 질척이는 타액 모두 넘겨도 좋다는 듯이 그대로 흘러 들어가도록 천천히 움직이다 그녀의 가는 허리선 쓸어낸 것은, 본능이었다.)
安浦杉萌生:(가려진 눈꺼풀이 두어 번 끔벅이다 자연히 감긴다. 따라 어설프게 얽은 혀는 호흡이 달린 탓에 금세 말려들고, 갈 곳 잃은 채 허공을 헤집던 두 손은 네 옷자락을 그러쥐려다 제 허리선에 닿는 손길에 움찔 동작을 멈춘다. 그리고는 차차 이성이 멀어지는 게 느껴지자, 얼굴을 붉힌 채 무심코 뒷걸음질친다.)
九条天:(네가 뒷걸음치는 것에 손 갈무리하고, 자신 또한 한걸음 물러서서는 아무 말 않는다. 다만, 그녀를 보지 않고 성큼성큼 번화가 쪽으로 몸 돌려 가버렸다. 당연히, 당신이 따라올 것을 아는 채로.)
번화가
▶:여러 노점과 가게가 줄지어 선 번화가입니다. 가끔은 화려한 거리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긴 하는데…….
수많은 이들이 두 사람 주변을 흘러갑니다. 곁에서 걷는 쿠죠 텐과 손등이 스칩니다. 세상은 이토록 소란스러운데, 쿠죠 텐과 메바에만이 고요 위를 걷는 것만 같습니다.
왠지 말을 쉬이 꺼내기 어려운 침묵이 감돕니다. 바짝 마른 초여름 공기. 도심 속인데도 녹음 냄새가 나는 것만 같이…….
그러다가, 텐이 메바에의 손을 잡아 왔습니다. 손가락끼리 얽혀 깍지를 낍니다.
▶:놀라 돌아보니 얌전하게 오르내리는 속눈썹이 먼저 보입니다.
야스라기 메바에는 마주친 시선에 서린 수천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날카로운 고독에 사로잡힌 듯한 쿠죠 텐, 당신을 바라볼 때마다 가장 부신 것을 관찰하는 사람처럼 눈을 깜빡이는…….
이 어색한 순간, 어떻게 대응해야 하죠?
安浦杉萌生:(날 선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럼에도 미운 투는 아니다. 잡은 손을 뿌리치지도 않는다.)설명, 해주셔야 할 거예요.(언제가 되었든 상관없으니까요. 짧은 덧붙임. 이내 고개 돌리고 만다.)
九条天:(네 말에 시선 피했다. 다시 돌아간 여상한 낯. 아무런 대답도 않았으나 깍지 낀 손 채로 들어서는 제 입가에 가져다 댄다. 그리고는 시선 돌려 그 올라간 눈꼬리로 당신의 기색 살피더니 마주 잡은 네 약지에 입술 내리는 것과 동시에 눈 감는다. 다시 천천히 뜨며 눈 마주하고……)
安浦杉萌生:……파렴치해요.(움찔한다. 잠시간의 동요. 그러나 이내 도끼눈 뜨고 똑바로 마주한다.)
九条天:퍽이나. (네 눈맞춤이 애교라도 되는 듯 짧게 웃음 흘리며 가벼이 넘긴다. 맞잡은 손은 그대로 내려갔다.)
▶:그때, 야스라기 메바에의 시야에 뭔가가 들어옵니다. 공연 중인 버스커,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그리고 그 옆에 거리 화가가 한 명 있습니다. 캔버스를 앞에 두고 뭔가를 열심히 그리다, 야스라기 메바에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으며 다가오라는 손짓을 합니다. 호객 행위인 게 분명하긴 한데……. 묘하게 초조해지는 이 분위기를 깨기에는 적격의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安浦杉萌生:(작게 헛기침한다.)…오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손짓하는 것 빤히 바라보다, 흘금 너와 눈을 맞춘다.)
九条天:그냥 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 (네 시선 따라 위치 확인하고는 깍지 낀 채 캔버스와 중년 여성 화가 앞으로 다가간다.)
화가: 거기 의자에 앉으세요~. (간이 의자를 권한다.)
安浦杉萌生:네에.(텐이나 한 번 째리곤 얌전히 자리에 앉는다.)
九条天:(아, 방금 뭔가 있었나? 상쾌하게 화가 마주보며 웃곤 자리에 앉는다.) 잘 부탁드립니다.
화가: (적당히 앉은 둘을 보며 스케치한다.) 두 분은 연인이신가요? 아니면 신혼부부?
安浦杉萌生:……친구입니다.(즉답.)
화가: 어머, 친구라고요. 남자친구인가보네. (붙임성 좋게 웃는다.) 아직 여자친구가 아닌가 봐요? 거기 청년이 좀 더 잘해야겠다.
九条天:……. 아, 네. 충분히 잘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니야? 괜히 고개 기울여 당신 쳐다본다.)
安浦杉萌生:……읏.(시선 피한다.)네, 뭐….(피한 시선 바닥으로 떨군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야스라기 메바에 쪽의 스케치가 먼저 완성되어 종이를 건네받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특징을 잡아 아주 잘 그린 그림이네요. 쿠죠 텐에게도 보여줍시다.
安浦杉萌生:(만족스러운 낯!) 제법 닮게 그려진 것 같은데… 쿠죠 씨,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스케치 들어 보여준다.)
九条天:(헉, 짧게 숨을 삼킨 듯.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기라도 한 듯. 한참 동안 말을 잃고 뚫어져라 종이 쳐다본다. 네게서 스케치 다져온 채 한참을 바라본다.)
安浦杉萌生:(고개 기울이곤 빤히 바라본다.)무슨 문제라도?
九条天:(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종이를 쥔 채 들끓는 애수 목 안으로 삼킨다. 가늘게 떨다 급기야 초상화를 꾹 쥐다 못해 끌어안았다. 마치 옆에 있는 당신을 죄 끌어안기라도 하듯이.)
安浦杉萌生:……쿠죠 씨? 괜찮으신가요?(의문을 감추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상태를 살핀다.)
九条天:(그제서야 퍼뜩 고개를 들어 그녀를 마주본다. 몹시 오랜 세월 동안 공들여 깎은 듯한 결의가, 젖은 동공 안에서 불처럼 넘실거렸다. 아주 힘들게, 어쩌면 간절하게 당부했다.) 야스라기 메바에. 이거…… 잘 간직해 둬. 절대 잃어버리지 말고……. 그림이 찢기거나 상하지 않도록.
安浦杉萌生:(갑자기요? 당황스러운 부탁이었으나 차마 입밖으로 내진 못했다.)알겠어요, 알았으니까….(그림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곤 슬금 눈치를 본다. 네 상태가 궁금하기라도 했던 건지.)
九条天:정말. 잘 간직해야 해. (손 내미는 것에 건네주었다.) 제대로 대답해줘.
安浦杉萌生:(알려주는 것 하나 없이 부탁만 하는 게 조금은 치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알겠어요, 소중히 간직할게요.(조심스레 그림을 받아들곤, 너를 바라본다.)
▶:이 그림의 무엇이 쿠죠 텐을 이렇게까지 흔든 것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적당히 그림 값을 지불하고 둘은 자리를 옮깁니다.
점차 날이 어두워지며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함께 돌아가는 길 내내 쿠죠 텐은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야스라기 메바에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면서도, 신경 한쪽은 자꾸 다른 곳에 쏠려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머리가 복잡합니다.
九条天:날씨 좋네. 여름 치곤 나쁘지 않아. 적당히 선선하고.
安浦杉萌生:그러게요, 걷기 딱 좋은 날씨예요.
九条天:(그녀의 집 앞에서 아주 익숙한 듯 멈춰서서, 배웅한다.) 잘 들어가. 야스라기 씨.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마웠고…… 그 초상화. 잃어버리지 말고. 알겠지.
安浦杉萌生:(따라 멈춘다. 어쩐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쿠죠 씨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초상화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집에 소중히 보관해 둘 테니까요.(그리고 일전의 사건에 대해 물어보려다 이내 그만둔다. 쿠죠 텐은 절대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왜인지 그런 확신이 들었으므로.)
▶:쿠죠 텐과 헤어져 방으로 돌아가면, 문득 오늘 본 연기와 같은 형체가 떠오릅니다.
대체 그 짐승들은 무엇이었을까요? 쿠죠 텐 역시도 그 생물들을 목격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런 것을 처음 본다는 기색도 아니었습니다. 그때 쿠죠 텐이 나타낸 반응은 미지의 무언가를 최초로 목격하고 놀란 이의 난색이 아니라, 이미 아는 공포를 다시 맞닥뜨린 사람의 공포였으니까요.
安浦杉萌生:
기준치: | 70/35/14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학교 선생님 중, 오컬트나 외계생물 등에 관심이 있는 교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혹시 그 선생님이라면 오늘 목격한 기이한 현상이 무엇인지 조언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安浦杉萌生:
기준치: | 56/28/11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메바에, 누워있다가 문득 자신의 지갑이 없어졌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정신이 없어서 챙길 겨를도 없었나 봐요. 하루를 되짚어 보니 아무래도 서점에 놓고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귀찮게 되었네요.
어찌 됐든, 복잡한 일들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쉬는 게 좋겠습니다.
피곤한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다음날 등교한 야스라기 메바에는 어제 떠올린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러 갑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선 조금 바쁘신 모양이네요. 그래도 평소 친절하셨던 분이니 믿고 말을 걸어 볼까요?
安浦杉萌生:안녕하세요, 선생님. 잠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타카나시 선생님: (쉬이 눈동자 보이지 않을 가늘게 뜬 웃는 낯으로 돌아본다.) 응? 그래. 무슨 일이니?
安浦杉萌生:오컬트 쪽으로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는데, 혹시 검은 연기의 괴물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역관절에 표면은 미끈거리고, 등뼈가 굽은 그런 괴물이요.(다급히 덧붙인다.)아, 물론 제가 직접 봤단 건 아니고…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요.
타카나시 선생님: 응? 괴물? 그렇게 말하면 모르겠지만… (우선 흥미로운 빛 돌아 잠시 눈을 뜬 것도 같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지금은 처리할 일이 많아서 길게 이야기하기 힘드네. 책을 빌려줄 테니 이걸 읽어보는 게 어떨까? (하하, 그런 소문이 돌다니, 보통 괴짜로 생각되는 게 아니구나. 나. 그리 말하며 개인 책꽂이 뒤적이더니 오래된 책 한 권 꺼내어 건넨다.)
安浦杉萌生:(타카나시 선생님이 눈 뜬 것, 처음 보지 않았나.)감사합니다, 조심히 읽을게요. 그럼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책을 받아들곤 상투적인 인삿말을 건넨다.)
▶:<괴물들과 그 일족들>이라는 책입니다. 읽을 시
크툴루 신화
기능이 상승합니다.安浦杉萌生:(책을 펼쳐본다.)
安浦杉萌生:
기준치: | 70/35/14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핸드아웃 전달했습니다.
安浦杉萌生:
기준치: | 70/35/14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크툴루 신화 기능 +1, 오컬트 기능 +3 상승합니다.
▶:의문 하나를 건져 올립니다. 어제 자신이 목격한 그것이 이 정체 모를 생물이라면, 그것들이 쫓는 쿠죠 텐은 혹시…….
▶:그날은 쿠죠 텐과 야스라기 메바에가 따로 하교를 했습니다. 며칠 내내 같이 가자고 달라붙더니, 갑작스럽게,
九条天:오늘은 일정이 있어.
▶:라며 먼저 훌쩍 사라져 버려 조금 의아했죠.
하지만 쿠죠 텐에게도 스케줄이란 게 있을 테니, 뭐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메바에, 어제 어딘가에 지갑을 놓고 왔지 않나요?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安浦杉萌生:(분실물 센터로 가 보면 있으려나…)저기, 혹시 어제 분실물 들어온 것 중 지갑이 있을까요?(검정색에, 요만한 크기의…)
▶:다행히 분실물로 들어와 있었다고 하네요. 메바에는 지갑을 제대로 받아내지만, 어라…… 분명 할 일이 있다며 먼저 떠난 쿠죠 텐이 보입니다.
安浦杉萌生:……?(시선으로 좇는다.)
▶:쿠죠 텐,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좀 이상합니다.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고, 휴대폰에 뭔가 장치 같은 것을 끼워 몇 걸음 옮길 때마다 액정을 뚫어져라 살펴봅니다.
安浦杉萌生:쿠죠 씨, 뭐 하시는 건가요?(다가가 말을 걸어본다.)
▶:쿠죠 텐은 놀라는가 싶더니 야스라기 메바에에게 인사를 합니다.
九条天:안녕, 야스라기 씨. 야스라기 씨는 여기 어쩐 일이야?
安浦杉萌生:(또 그렇게 질문을 슬쩍 흘려넘긴다. 쿠죠 텐은 항상 그랬다.)지갑을 두고 와서요.(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린다.)
九条天:기억상실증에 이어서 지갑까지 놓고 다니다니. 못미덥게 옆에서 누가 챙겨줘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만 애정 지닌 눈빛으로 찰나 웃어주었을 뿐이다. 허나, 바쁜지 다시 휴대전화로 눈 옮긴다.)
▶:용건에 집중하느라 둘러보지 않았던 서점 내부가 그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어제 방문했을 때와 대단히 달라진 건 없지만, 평소 작가 사인회나 토크 콘서트 따위를 열던 중앙 무대에 오늘은 공개 라디오 팟캐스트 코너가 설치된 모양입니다.
九条天:이제 4분….
▶:그 바로 옆에서 서성거리는 쿠죠 텐. 초조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시계를 보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고…….
한편 오픈형 라디오 부스에서는 진행자들이 서점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하는 중입니다. 주제가 영 시덥지 않네요. 이 순간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 같은 것을 묻고 있습니다. 캠페인이라도 하는 건지… 딱히 흥미가 생기는 화두는 아닙니다.
쿠죠 텐은, 순간 다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보고,
두 사람이 서 있는 위치를 보고,
시계를 보고,
▶:야스라기 메바에를 봅니다.
九条天:야스라기 메바에. (무언가 결심한 듯, 불을 붙이면 순식간에 타오르는 휴지 조각처럼 안색 바꿔 다시 당신을 쳐다본다. 낭떠러지 바로 앞에 서서 바람을 맞는 사람인 양 한 번 숨을 크게 들이키고. 평범한 이로는 헤어리지 못할, 거대한 시간이 쌓여 만든 고독과 같은 존재로 떨리는 입술 연다. 그 모습은 말도 안 되는 사랑에 빠진 듯도, 어둠 속에서 깨달음이라는 빛에 빠진 사람 같기도 하다.)
부탁할게. 지금 저기에 가서, '나를 만나러 와'라고 말해줘. (새하얀지 새파란지 모를 낯빛으로, 떨리는 손으로 라디오 팟캐스트 코너 가리킨다.)
▶:인터뷰에 응하라는 건가요?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일까요? 하지만 쿠죠 텐은 절대 장난 같은 것을 치는 눈빛이 아닙니다.
九条天:이제 2분밖에 안 남았어, 제발…….
▶:다시 한 번 뜻모를 말로 절박하게 매달려 옵니다. 어떻게 할까요?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간절하게 부탁하는데, 우선 시키는 대로 하고 볼까요? 아니면 라디오 방송 따위에는 관심이 없으니 이 뜬금없는 요청을 거절하고 돌아설까요?
安浦杉萌生:부탁이 많으시네요, 정말.(못마땅한 낯. 그러나 어조는 예의 그 애정어린 투다. 이어 인터뷰를 위해 한 걸음 내딛는다.)
▶:야스라기 메바에는 진행자들에게 다가가 자신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安浦杉萌生:(코너 근처로 가 진행자에게 말을 건다.)저기, 저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라디오 진행자들은 야스라기 메바에의 이름이나 나이, 직업 등을 물으며 잠시 대화를 이어 나가다 자유롭게 발언할 기회를 줍니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지금이 그때인가 봅니다.
安浦杉萌生:(크게 숨을 삼킨다. 그리곤 또렷한 발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듯 내뱉는다.)나를 만나러 와.
나를 만나러 와, 라고,
야스라기 메바에가, 말합니다.
▶:근처에 선 쿠죠 텐은 이 순간 어떤 어휘로도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저항하지 못할 재해에 휩쓸린 부표처럼 떨면서도, 이 세계에 단 하나뿐인 소실점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라는 양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까닭 모를 환희 너머로,
야스라기 메바에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습니다. 검게 뭉쳐 거꾸로 흐르는 듯한 연기가 책장과 바닥이 이루는 90도의 모서리 각에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절대로 잊지 못할 바로 그 형체를 서서히 갖추기 시작합니다. 오로지 메바에만을 바라보고 있는 텐은 아직 자신의 등 바로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이제 뚜렷하게 머리 형태를 만들어낸 그 생물이 쿠죠 텐을 잡아 삼킬 듯 노려봅니다!
安浦杉萌生:(다급히 달려가 입술을 겹친다. 기실 입맞춤이라기보다는 박치기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야스라기 메바에는 일전에 그가 그러했듯, 혀를 밀어넣어 깊게 호흡을 섞는다. 이어 강하게 얽어쥔 손에는 모종의 결의가 담겨있었다.)
▶:야스라기 메바에는 황급히 쿠죠 텐을 끌어당겨 입을 맞춥니다. 영원처럼 찰나가 흐르고, 너무 놀라 굳은 쿠죠 텐은 뒤늦게야 자신의 등 뒤에서 배어 나온 죽음 같은 연기를 발견합니다.
九条天:안 돼! (말의 다급함과 달리 부드러이 그녀를 떼어낸 후, 숨 헐떡인다. 검은 연기는 도로 뭉그러져 사라진 후지만 충격받은 것 쉬이 사그라들 생각 않는지 공포 서린 눈 갈무리하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
安浦杉萌生:틴달로스의 사냥개들. 저 생물이 제가 생각한 그게 맞다면 그들에게서 시간을 버는 방법은 숨을 섞는 것뿐이라더군요.(똑바로 눈을 마주한다.)그래서 입 맞췄어요. 쿠죠 씨가 해를 입는 게 싫어서요. 안 되나요?
九条天:……그래, 결국 이렇게 될 거였나 보네. (떨림 가라앉자 두려움 가신 자리에 결의가 들어찼는지 눈 마주하는 그녀 앞에 반듯하게 섰다.) 야스라기 메바에, 잠시 시간을 내주지 않을래.
安浦杉萌生:시간이라면 충분해요.(간극…)그럼 이제 전부 설명해주실 건가요?
九条天:전부일지는 의문이지만. 아마 많은 것을.
▶:쿠죠 텐은 야스라기 메바에를 어떤 빌딩 옥상으로 이끌었습니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 어느덧 밤, 달조차 뜨지 않은 날 가로등과 헤드라이트 조명이 세상을 비춥니다.
도시 야경이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 꼭대기층입니다. 시리게 아름다운 풍경이 눈물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난간을 짚은 쿠죠 텐은 수천 년간 쌓인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九条天:미래에서 왔다고 하면, 믿을래?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과거 뿐 아니라 아주 옛날의 것부터… 관심이 많았어. 번화한 세상과 달리 가난한 것에 정서를 쏟게 되었거든. 한 개의 초상화에 끌려서. (가만히 밤하늘 바라보다 네게 시선 옮긴다.)
그렇게 한 개에 몰두하다 보니 그 연도가 궁금해졌지. 관련된 정보를 찾아대다가 그 초상화와 같은 시대에서 날아든 라디오 전파를 들었고. 그 시대에 마음을 빼앗겼어. 하루종일 과거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미래를 살고 있으면서 과거에 머무르기를 소망한 거야. 겪어본 적도 없는 과거를. ……야스라기 씨, 혹시 신을 믿어?
安浦杉萌生:(가만 경청한다. 퍽 믿음직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그렇게 따지면 제가 접한 그 기이한 생물체부터가 비현실적인 현상이었으므로…)믿진 않아요. 하지만 타인의 믿음을 부정하지도 않죠. ……쿠죠 씨는 어떤가요?
九条天:그렇지. 믿고 말고는 또 신앙의 문제인가. 존재하느냐에 대한 걸 먼저 물어볼 걸 그랬어. 신이 존재했기에 과거로 갈 수 있었으니까. ……넌, 지금 나와 144번째 만나고 있어. 야스라기 메바에. 그렇게나 많이 나를 만나오면서, 우리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을 것 같아? (작게 웃으며 네게 한 발자국 가까이 걸어간다.)
安浦杉萌生:……글쎄요.(의도적인 회피. 그러나 시선까지 피하진 않았다.)쿠죠 씨가 알려주세요, 그동안 제가 의문했던 것까지 전부요. 144번이나 만났으면서 저는 왜 쿠죠 씨를 기억하지 못했고, 쿠죠 씨는 왜 저를 볼 때마다 그런 표정을 지으셨던 건가요?
九条天:네겐 언제나 처음이었으니까. 지금의 네가, 나를 보는 게 처음이듯이. 네가 다치거나 죽으면 나는 기다리면 돼. 그건 지루하고 그립고, 괴로운 일이지만 익숙하거든. 애초부터 내가 선택한 거니까. ……정말 알려주면 어떤 표정일지 모르겠는데. (사실 잘 알고 있지만. 그 말은 뱉지 않으며 아주 가깝게 다가가서는 네 손목 쥐어 제 심박 느끼게끔 가슴 가운데에 가져다댄다. 두근, 두근── 요동치는 혈맥의 열정, 그만큼이나 올곧은 감정으로 그는 당신을 바라본다.) 2052년 올해가, 내가 미래에서 처음 본 초상화가 그려진 때라는 걸 이번, 144번째에서 처음 알게 됐어. ……지금의 네가 있기에 내가 이곳에 있는 거야. 부탁했던 라디오 사연까지도.
▶:이 믿기지 않는 말을 듣습니다. 받으려 한 적도 없던 그의 숨과 미래가 본래 야스라기 메바에 자신의 것이었다는 말을, 야스라기 메바에가 쿠죠 텐을 창조한 신이나 다름없다는 찬사를……. 너무나 길고 이제는 기억조차 흐려졌을 머나먼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인데도 막힘이 없습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설명하는데도 망설이지 않고 매끄러운 구조를 지닌 문장들.
九条天:예전엔 이 이야기를 아주 자주 말했어.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만두게 됐고. ……네가, 조금 슬퍼했거든.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하는 건 무척 오랜만이네. (다정 띤 눈. 나긋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가슴에 둔 손 떼어내게끔 했다.)
安浦杉萌生:그래서요?(한 걸음 성큼 다가와 쿠죠 텐을 끌어안는다. 그리 행동했던 것은,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네가 조금 슬퍼할까 봐.)혼자 전부 끌어안고 살면, 그러면 제가 슬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가요? 퍽도 마음 편하게 살았겠어요, 제가.(두근, 두근── 이내 서로의 맥박이 맞닿는다.)……바보네요, 쿠죠 씨는.
九条天:네겐 이번 삶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나와 달리 한 번 위험에 처하면 너는 돌아올 수 없잖아. (품에 들어찬 그녀의 머리카락을 토닥이듯이 쓸어내렸다. 오늘 밤하늘도 당신을 닮았다.) 살아오는 내내 그런 생각이 멈추질 않았어. 어쩌면, 네가…… 나와 얽혀서 불행해지는 건 아닐까. ……야스라기 씨. 얼굴이 보고 싶은데. (손을 네 턱 아래로 집어넣어 금방이라도 들어 저와 마주볼 수 있게끔 두었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건 오롯한 네 의지라는 듯이 가만히 기다린다.)
安浦杉萌生:그래도 괜찮아요. 후회하고 싶지 않거든요, 저는.(고개 들어 얼굴을 마주한다. 눈물 맺혀 있으나 결의에 찬 얼굴이다.)이전의 저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돌아올 수 없었을지언정 불행하진 않았다고.(쿠죠 씨, 당신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예요. 그리곤 덧붙인다. 어쩐지 아주 오래, 그 말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九条天:(두 눈 가득 그녀를 담은 뒤, 자신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를 풀어 그녀에게 걸어주었다.) 시계야. 아주 중요한 것이 들어있고. 그래서 내가 설령, 틴달로스의 사냥개에게처럼 같이 사라진다 해도 너만큼은 나를 기억할 수 있어. 내가 그렇게 널 기억해 왔으니까. 네가 원한다면. ……네가 기억해주는 이상 나는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묵직한 무게감이 목에 실립니다. 이상하게 새것 같은 회중시계 로켓이었는데, 안을 열어볼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九条天:당장 어떻게 해야 된다고 말해줄 건 없지만, 살다 보면 타이밍이라는 게 찾아오는 법이거든. 네가 날 구해줄 날이 오겠지. 144번이나 널 만나며 깨달은 게 있어.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 (네게서 떨어져, 옥상 주변을 서성인다. 표정의 괴로움이 사라졌으나 사라지기 전까지는 존재하지도 몰랐을 정도로 후련한 낯으로 당신을 돌아본다.)
그 초상화. 제대로 간수하도록 해. 그래야 미래의 내가 야스라기 메바에를 만나러 오잖아.
▶:쿠죠 텐이 무엇인가 저지르려 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옥상 멀리 구석에서 피어 오르기 시작한 검은 연기가 건너편 건물의 조명을 어릿어릿하게 지워 가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를 사랑하였고, 그러는 데에 어떤 이해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 미래인을 보세요. 한 세기를 겨우 살아가는 인간은 아마 절대 단번에 공감하지 못할 저 세월의 더께가 흩어져 나립니다.
광망처럼 타오르는 결의를 동공에 실은 쿠죠 텐이 천천히 뒷걸음질쳐 연기 방향으로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安浦杉萌生:잠깐, 쿠죠 씨… 기다려요!
九条天:이 방법 뿐이잖아. 야스라기 메바에. 저 녀석들은 한 번 사냥감을 먹고 나면 만족해서 사라져. 네겐 한 번 뿐인 삶이라고 말했지. 이미 여러 번 겪은 내게 휘둘리기엔 불공평하잖아? (진홍빛 눈이 도시의 빛 반사하며 반짝인다.) 지금까진 내가 너를 기다렸으니, 이번엔 네가 그래야 할 차례야. 그리고 나는… 초상화의 주인공인 야스라기 메바에, 너를 내 손으로 잃고 싶지 않거든.
▶:어느덧 반쯤 형상화한 연기는 시시각각 거리를 좁히며 쿠죠 텐의 온몸을 가립니다.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수천 년의 삶을 마침내 묶어 쉬려 하기에 지을 수 있는 미소로, 느리게, 몸을, 뒤로, 젖히면…….
가장 확실하기 짝이 없는 무존재로, 사라짐을 극복한 사라짐으로, 억겁의 세월을 뛰어 넘어 온전히 자신만의 죽음이 될 수 있는 어둠으로 그가 녹아 없어지고 있습니다. 세계가 이토록 적막한데 높은 옥상에는 칼바람이 붑니다. 쿠죠 텐의 안에 늪처럼 고여 있던 고독이 맑은 피의 온도로 흘러 나가기 시작합니다.
검은 연기 나부낀 재 하늘로 흩어져
사람 손으로 빚어 역시 사람에게만은 아름다운 밤의 환함 속에
단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누구도 찾지 않는 유적에 가라앉은 먼지처럼.
▶:그러나 FM은 하늘로 쏘아 올려졌고, 당신은 아까 ‘나를 만나러 와’라고 분명하게 말했지요. 시간은 지금조차도 당연한 듯이 흐르니 앞으로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나고 나면 머나먼 어떤 행성에서 누군가 반드시 그 전파를 받아 볼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하겠죠. 누가 보낸 메시지일까?
라디오 전파는 끝없이 우주를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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