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SSION

 

ⓒ 가비 님 PLAYLIST COMMISSION

 

텐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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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번 트랙 >

아메노무라쿠모p의 시간의 무용수, 다즈비님이 커버하신 버전입니다. 메바에가 무용수였다는 과거를 보고 바로 이 곡이 떠올랐습니다. 무용수라면 원래 더 가벼운 클래식 계열의 연주곡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메바에의 서사에는 이 곡이 적합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반의 왈츠 리듬으로 반복되는 피아노 반주는 영원히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무용수를 연상시킵니다. 약간 애절한 듯이, 건조하게 허무를 노래하는 곡이기 때문에 메바에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굳이 따지자면 과거 서사의 메바에를 표현하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바에가 설계한 무대입니다. 오로지 한 사람만이 눈에 띄도록 설계된 무대입니다. 비틀린 마음으로 설계한 무대는 올바르게 굴러가지 못합니다. 제게 향하지 못하는 사랑으로 옳지 못하게 정립된 인정욕구는 언니를 추켜세우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자신마저 결국은 인정받고 싶습니다. 영원한 그것이 보답이라면 한계, 그것이 나를 비추는 빛이야. 볼품 없는 자기애가 맨발로 춤 춥니다. 그러나 결국 무대는 실패로 끝납니다. 누구도 빛나지 못한 무대라는 결과를 남기고 언니와 결별합니다. 당신이 스러지므로 마음이 끝을 바랍니다. 이해를 버리고 그저 이대로 춤추게 해달라는 신에게의 기도도 옛날 이야기 입니다. 음악과의 연을 끊고 살아가고자 하는 시점까지를 표현한 곡입니다.

 

 

02번 트랙 > 

태민의 이카루스 (rise) 입니다. 이는 텐의 과거 서사를 표현하는 곡입니다. 완전무결한 아이돌로써 날아오르려는 텐을 이야기하는 곡입니다. 이카루스 이야기에서 이카루스의 날개는 결국 녹아 추락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 곡의 작사가분께서 말하길, 이 곡의 이카루스는 추락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추락하지 않을 이카루스, 텐에게 잘 어울리는 프레이즈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약해지는 마음 틈에 머물러주길, 텐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면에, 강인한 면으로 채워내지 못한 공백에 누군가 기댈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한편 강인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 할 사람입니다. 공백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대신 내면을 숨깁니다. 그렇다고 해서 텐이 나약한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동생을 위해 양자가 되고 완벽한 아이돌의 이데아로써 성장합니다. 온 몸이 타 재가 돼 버려도 날개를 더 펼쳐, 텐은 그렇게 날아오를 사람입니다. 타오르는 열기 속에 자신을 던질 사람입니다. 잔잔하지만 분위기를 고조시켜가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내용을 노래하는 이 곡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레이리스트의 초반이기에 너무 웅장하거나 시끄러운 곡은 넣고 싶지 않았고, 또 텐이 그런 성향으로 보여지지도 않았어요. 생색 낼 것 같은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곡의 후반에서 텐은 완벽한 아이돌로써 비상합니다. 드넓은 바다 위를 날아 눈부신 그대 가까이로 날아갑니다. 밤을 지나 활짝 열린 창문 너머로 만나러 가는 것은 아마도 사랑하는 그의 동생이 아닐까요.



03번 트랙 > 

벌룬p의 미장 (ミザン) 입니다. 이는 텐과 메바에의 갈등을 표현하는 곡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둘이 치고받고 싸우는 곡이야 굉장히 많지만... 이들은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심상이 아주 세세하고 움직이는 알고리즘 따위가 복잡한 사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어지럽게 얽혀있는 심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길 바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전 곡과의 이음새도 괜찮아야 했고요. 다행히 잔잔히 마무리 된 전 곡에 비해 크게 시끄럽게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리와인드 되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브라스로 시작하는 반주는 둘의 갈등을 알립니다. 사실 가사가 크게 부합해서 골랐다기보다는 이 곡이 일단 둘이서 부르는 곡이고, 미묘한 감정이 멜로디에서 잘 드러나고 있어서 골랐습니다. 메바에는 어느 점에서 불안함을 느낀걸까요. 아무튼 그 모습에 양아버지를 겹쳐봤다는 이야기가 '형태로는 절대 남지 않을 너무나 무르고 확실한 상처가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서 비웃어' 라는 부분과 잘 어울립니다. 어쩌면 메바에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의 일이 메바에에게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을 야기한 것이 아닐까요, 그 바로 뒤에 바보 같아 보이나요. 하고 묻는 것은 마치 텐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 그 모습을 차마 내버려둘 수 없는 텐. 당신의 상냥함이 꺼림칙해집니다. 결국 갈등의 방아쇠를 당깁니다. 하지만 메바에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런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숨이 멈출 정도로 마음을 꿰뚫는 무언가가 필요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텐이 그것을 해냅니다. 메바에는 타카나시 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본심과 마주합니다. 그렇게 둘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이 곡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04번 트랙 > 

R Sound Design의 EDIBLE 입니다. 사실 분위기 상으로 정말 둘의 관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꼭 넣고 싶었습니다. 순서를 고민하다가 이 쯤이 딱 좋을 것 같아 미장의 다음이 되었습니다. 시점으로는 텐의 조언을 듣고, 타카나시 사장과 대화를 나눈 뒤 자신의 본심과 마주한 메바에. 그리고 서로 경쟁사의 아이돌과 매니저로 마주하며 라이벌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 두 사람을 그리고자 이 노래를 넣었습니다. 사실 라이벌 관계에 중점을 맞췄다기보다는, 서로를 이해 또는 인정하고 약간씩 섞여들어가는 이미지를 그리며 이 곡을 골랐습니다. 둘 다 도시의 어른들 (어리지만요.) 같은, 모던한 느낌이 있어서 일단 이러한 느낌의 곡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가사 자체는 어른스러운 이별을 이야기 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건조하게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의 바운더리를 함부로 침범하려 들지 않는 서로의 관계와 이 곡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건조하지만 아무도 말라죽지 않습니다. 그냥 그것이 당연한 관계입니다.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주고 받는 말들이 공간을 채웁니다. 재회 후 갈등을 겪고, 서로의 향상심을 자극하며 좋은 영향을 끼치는 라이벌 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건조하면서도 흥미로운 관계를 표현하는 곡이었습니다.

 

 

06번 트랙 > 

유기산의 spray를 rei serose가 커버한 버전입니다. 사실 보컬로이드가 부른 것이 원곡이니만큼 가사 역시 난해하여 완벽히 부합하기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만 그럼에도 넣은 것은 역시 분위기가 잘 어울려서 입니다. 이상하게 이번 플레이리스트는 분위기가 어울려서 넣은 곡들이 많은 기분인데요. 사실 이번 플레이리스트의 테마는 점점 옮아가는 온도입니다. 건조하게 각자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촉촉하게 서로의 온도로 물드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후반에 이렇게 물기 어린 듯한 곡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는 곡이 몰리는 것 같습니다. 이 곡 또한 좀 비뚤어진 감정을 다소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점으로 따지자면 '제로' 뮤지컬을 상연할 때 쯤이겠습니다. 메바에가 텐의 방어적 태도에 분개하는 부분인데요, 이런 느낌의 곡이 된 이유는 메바에가 텐에게 대놓고 빽빽 소리 지르며 엎어놓고... 과연 그런 캐릭터일까? 고민해 봤을 때 저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이런 곡이 되었습니다. 이 곡 하이라이트 마지막에 반복되는 구절이 있습니다. '시끄러워, 조용히 해.' 할 수 있는 최대의 분노는 이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실수투성이의 인생이었다면 너는 그 생명의 피해자야, 라는 말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 곡에 가사 중 '비가 그친다면' 이라는 구절이 반복되어 등장합니다. 이전의 폭우라는 챕터와 연결지어진다는 점에서 재밌습니다. 고집 세고 융통성 없는 메바에, 그러나 감정적입니다. 텐의 그러한 언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노래는 방어적인 태도로 굴어오는 텐에게 메바에가 표출하는 분노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뻔하게 그냥 시끄럽고 기타나 드럼이 주가 되는 곡이 아니길 바랐어요.

 

 

07번 트랙 > 

메레루의 초저녁 환등 (宵闇幻燈)을 메가테라 제로가 부른 것입니다. 원곡은 하츠네 미쿠가 불렀으나 노래 실력이나 분위기나 이 쪽이 나아서 메가테라 제로의 버전을 택했습니다.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자 이 곡으로 골랐습니다. 독선 챕터에서 이어져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텐과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메바에의 관계를 좀 더 깊게 끌고 가는 곡으로 골라보았습니다. 이전 곡은 메바에의 분노에 초점을 맞춘 곡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둘의 관계와도 같은 곡입니다. 그리고 메바에가 균열을 만들어 내고, TRIGGER 멤버들과 쌍둥이 동생이 텐을 돕는 부분까지 이 곡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새하얀 숨을 뱉었던 첫 대면, 웃을 수 있던 수도 분명 정해져 있었던 거죠. 그런 인생인 겁니다. 예상대로 진행되어가는 영화 같이 되감고 반복하는 것을 가만 보고는 있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메바에가 어떤 식으로 텐에게 균열을 만들었는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텐은 두 개의 인격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메바에가 어떤 언행으로 그런 텐에게 균열을 냈을지가 매우 흥미로워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내면을 털어놓지 않으려고 하는 텐이 메바에에 의해 난 균열로 멤버들이나 동생에게 도움받았을 때의 기분도요. 언제나 병약한 동생을 돕던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동생이 텐을 돕지요. 상황이 반전 되는 게 정말 재밌다고 느꼈습니다. 입체적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은 초반의 멜로디를 반복하며 끝납니다. 거기서 마음을 단단히 굳히고, 무대 뒤에서 크게 심호흡을 하는 텐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말끔하게 미련없이 기타로 끝나는 것도 그러했고요.  딴, 하고 끝나면서 무대 위로 발을 내딛는 텐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객석에는 분명 텐을 도운 모두가 앉아 있겠지요.

 

 

08번 트랙 > 

Cemeteries의 Sodus라는 곡입니다. 제목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Sodus 라는 미국 뉴욕주 웨인카운티의 마을이 있긴 한데 그래서 고른 곡은 아닙니다. 이 곡은 텐의 해방을 뜻합니다. 텐은 메바에와 멤버들, 쌍둥이 동생의 도움으로 뮤지컬 '제로'의 상연을 성공적으로 마칩니다.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들으며, 제로와 타카마사의 주박에서 벗어난다는 서술이 있는데요. 이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로'라는 뮤지컬에서 연기함으로써 제로의 주박에서 벗어난다니요. 아이러니하고 재밌습니다. 이 곡은 일정한 드럼 비트와 함께 시작합니다. 마지막 대사를 뱉어내고 커튼콜을 하는 순간 텐의 심리를 생각해보았을 때 바로 떠올랐어요. 어떠한 해방을 맞는 텐의 모습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드디어 재생산 된 무언가가 아닌 진정한 쿠죠 텐이 됩니다. 이 곡의 장르는 드림 팝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장르 이름과 걸맞게 몽환적이고 어딘가를 부유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어떠한 큰 일을 하나 끝내고 나면 고양감에 머리가 뜨끈하게 열이 오르죠. 아마 커튼 콜에서 찬사의 박수를 받을 때 텐의 마음이 그러하지 않았을까요. 텐의 시점에서, 쏟아지는 조명과 함께 일제히 박수치는 관객들을 본다고 생각하며 노래를 들어보세요. 그러면 더더욱 잘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러한 장면을 생각하며 이 곡을 골랐습니다. 해방감이 느껴지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듯한 곡은 자신을 몇 년간 괴롭혀온 주박에서 드디어 벗어난 해방감과, 큰 프로젝트를 하나 무사히 마무리 해낸 해방감, 이것 저것 모두 포용력 있게 표현합니다. 후반부의 신스 멜로디는 무대에서 내려온 순간 마주한 메바에의 눈을 마주했을 때를 표현합니다. 느껴본 적 없는 감상입니다. 뭐라고 이야기 해야할지, 정의 내리기가 까다롭습니다. 몽롱함과 해방감에 뒤섞여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09번 트랙 > 

여기서부터는 서비스 트랙입니다. Perfume의 Star Train 입니다. 어떤 느낌을 생각하고 골랐냐면, 1쿨 엔딩곡 같은 느낌으로... 왜 1쿨 엔딩곡이냐면 아직 안 끝났으니까요. 앞으로도 쭉쭉 이어질 것 같은 곡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이 곡이 되었습니다. 이 곡의 가사는 특별히 어느 시점을 콕 집어서 이야기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어떠한 갈등과 위기를 모두 넘겨온 인물들을 모두 통틀어 노래하고 있습니다. 더듬어가며 꿈을 꿉니다. 아무것도 없더라도 그저 믿습니다. 아이돌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요, 성공할지 어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꿈이라는 이유 하나로 매달려보는 것입니다. 하늘까지는 까마득해서 편도 티켓을 구해야 합니다. 이 곡은 절대 끝을 노래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이라이트에서 노래합니다. 언제나 지금이 스타트 라인입니다. 드디어 진정한 쿠죠 텐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텐도, 본심을 마주할 줄 알게 된 메바에도, 또한 그런 텐과 메바에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선로가 없는 길을 걸어갑니다. 1쿨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지나간다면 아마 반드시 이 곡이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이지 않나요. 하늘을 향해, 스테이지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돌과 그들을 뒷받침하는 매니저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느낌의 곡입니다. 살짝 튀는 감이 있긴 하지만 서비스 트랙이고 엔딩 크레딧 같은 곡이니까요. 둘은 결국 차근히 템포를 맞추어 먼 곳까지 다다를 것입니다. 지평선을 넘어 먼 곳의 하늘까지 닿아갈 것입니다. 느리더라도 앞을 기약하는 노래가 되겠습니다. 언제나 지금이 스타트 라인이니까요.

 

 

ⓒ 가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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